지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동물 문어가 악몽을 꾼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돼 관심이 쏠렸다. 개나 고양이의 잠꼬대를 꿈의 산물로 여기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은데,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며 부정하는 학자도 있다.

미국 록펠러대학교 연구팀은 콜로라도주 동물원 버터플라이 파빌리온이 사육하던 문어 코스텔로에 얽힌 신기한 관찰 보고서를 얼마 전 발표했다.

두족류의 생태를 조사하던 이 연구팀은 지난 2021년 어느 날 연구실에 막 들어선 후 코스텔로의 수조가 아주 탁한 것에 주목했다. 수조는 마치 범죄 현장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요란하게 어질러져 있었고 코스텔로는 영양분을 공급하는 관을 꽉 붙잡고 있었다.

문어가 심한 몸부림을 쳤다고 생각한 연구팀은 관찰 카메라 녹화 영상 52일 분량을 돌려봤다. 가만히 잠들었던 코스텔로는 갑자기 움직이거나 다리를 무질서하게 휘두르고 먹물을 뿜는 등 포식자로부터 도망치려는 행동을 보였다. 연구팀은 코스텔로가 꿈을 꾸다 깜짝 놀라 방어 행동을 보인 것으로 결론 내렸다. 

문어 코스텔로의 관찰 영상 일부. 연구팀은 갑자기 몸부림을 치고 먹물을 뿜어댄 코스텔로가 악몽을 꿨다고 추측했다. <사진=록펠러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 관계자는 "이 우연한 발견은 문어가 꿈을 꾼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증거일 수 있다"며 "코스텔로의 비정상적인 행동은 어떤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고 이를 꿈에서 떠올렸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어쩌면 코스텔로는 악몽을 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슷한 사례는 2022년에도 학계에 보고됐다. 독일 콘스탄츠대학교 연구팀은 지난해 1월 공개한 논문에서 깡충거미가 렘수면 때 나타나는 눈 및 손발의 움직임을 보였다고 전했다.

렘수면은 잠을 구성하는 여러 단계 중 하나다. 안구의 급속한 움직임이 관찰된다고 해서 렘(Rapid Eye Movement, REM)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콘스탄츠대학교 연구팀의 흥미로운 발견도 우연이었다. 팀의 일원인 다니엘 로슬러 연구원은 한밤중에 연구실을 살피다 다른 실험을 위해 마련된 용기 안에 거미 새끼가 실을 늘어뜨리고 매달린 것을 목격했다. 문득 곤충도 잠을 잘지 모른다고 생각한 그는 카메라를 설치해 관찰했다.

훔볼트대학교는 논문에서 거미도 잠을 자며, 꿈을 꿀지 모른다고 주장했다.<사진=훔볼트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거미의 밤을 담은 영상은 상상 이상으로 흥미진진했다. 거미는 다리를 실룩거리거나 눈을 움직이는 등 렘수면에 빠진 인간과 비슷한 몸짓을 보였다.

다른 학자들은 이런 연구결과를 어떻게 평가할까.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OIST)는 록펠러대학교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문어가 꿈을 꾼다는 주장이 제법 설득력 있다는 입장이다. OIST 관계자는 "각성 시 문어가 보여주는 명확하고 일관된 패턴으로 미뤄 꿈을 꿨다고 봐도 무방할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간의 두족류 연구에서 문어에게 서로 다른 수면 단계가 있을 가능성은 제기됐다. 정적인 수면을 취할 때 문어의 몸 색깔은 균일하거나 연한 반면, 동적인 수면으로 전환되면 피부 색이 어지럽게 변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잠을 자던 반려동물이 꿈을 꾸듯 잠꼬대하는 현상은 흔하다. 다만 일부 학자들은 동물이 꿈을 꾼다는 명확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한다. <사진=pixabay>

동물의 꿈을 회의적으로 보는 학자도 있다. 캐나다 레스브리지대학교 심리학자 제니퍼 마더 교수는 "우리가 인간에 대해 알고 있는 개념을 진화적으로 전혀 다른 동물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며 "어떤 형태의 수면은 동물들 사이에서 널리 볼 수 있지만 그들의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모른다"고 지적했다.

문어 코스텔로의 몸부림이 단순한 노화라는 의견도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주립대학교 진화생물학자 로빈 크룩 교수는 "늙은 문어에서 이런 비정상적인 행동은 흔하다"며 "다리 동작의 흐트러짐, 피부 처짐, 눈에 보이는 상처는 코스텔로가 늙고 쇠약해 죽음이 임박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동물의 수면 연구는 보다 깊은 수준의 동물 의식 연구에 도움이 되기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아직 수수께끼가 많은 인간의 렘수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니엘 로슬러는 "렘수면은 몸 관리에 필수적이고 뇌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안정을 취하는 시간"이라며 "이를 광범위하게 연구하는 것은 매우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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