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고유종으로 가끔 사람을 습격하는 오스트레일리아까치는 특히 대머리를 노린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아직 열 살도 안 된 꼬마가 진행한 연구에 대학교수도 관심을 보였다.

화제의 주인공은 호주에 사는 8세 소녀 엠마 글렌필드다. 엠마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자신이 연구한 오스트레일리아까치의 공격 성향 보고서를 올려 주목받았다.

오스트레일리아까치는 성체가 약 45㎝까지 자라며, 일반 까치와 많이 다르다. 같은 참새목이라도 까마귀에 가까워 훨씬 영리하다. 성질이 사나우며, 특히 번식기가 되면 지상의 인간을 향해 급강하, 날카로운 부리로 쪼는 고약한 습성을 가졌다.

이름에 까치가 들어가지만 엄연히 까마귀에 가까운 오스트레일리아까치. 현지 보호종이다. <사진=pixabay>

호주인들 사이에서 까치 공격(Magpie attack)으로 불리는 오스트레일리아까치의 만행을 여러 번 목격한 엠마는 어떤 이들이 목표물이 되는지 궁금했다. 다니던 학교 교사와 상담한 엠마는 수학 연구 테마로 정해 보라는 조언에 연구를 시작했다.

엠마는 부모의 도움을 받아 설문지를 작성하고 QR코드 전단지를 나눠주며 꼬박 1년간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초등학생의 연구는 널리 입소문을 탔고, 전문 학자도 힘든 총 3만1432건의 회답을 얻었다.

또한 엠마는 엑셀을 사용해 본 적이 없어 데이터를 집계하거나 그래프를 만들 때 갖고 놀던 레고 블록을 적극 이용했다. 모두의 주목을 받은 연구 결과, 엠마는 오스트레일리아까치가 주로 대머리 남성을 노린다고 결론 내렸다.

까치 공격의 유형, 피해자의 헤어스타일, 체형 등을 연구한 8세 소녀 엠마 글렌필드. 엑셀에 서툴러 레고 블록으로 그래프를 만들었다. <사진=엠마 글렌필드>

엠마는 “제 연구에서 밝혀낸 까치 공격을 받을 가장 큰 위험인자는 대머리”라며 “지난 12개월간 까치 공격을 당한 사람을 조사해 보니, 정수리가 대머리인 남성은 머리가 있는 사람보다 2배나 습격 당하기 쉬웠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오스트레일리아까치는 키가 큰 사람도 곧잘 공격했다. 183㎝ 이상인 사람은 160㎝ 이하인 사람에 비해 습격당할 확률이 2배 높았다. 즉 ‘까치 공격’은 키가 큰 대머리 남성이 주된 목표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엠마는 “까치들이 눈독을 들이는 특징은 또 있다. 가령 뚱뚱하면 대머리만큼은 아니더라도 역시 습격을 잘 당했다”며 “공격받은 이들 절대다수가 보행자였지만 비율로 따져보면 자전거를 탄 사람 역시 피습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과학자들도 놀랄 만큼 영리한 오스트레일리아까치는 비록 사람을 공격하지만 호주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사진=pixabay>

이어 “오스트레일리아까치가 아무리 포악해도 호주에서는 아주 사랑받는 존재”라며 “과학자들도 놀랄 만큼 영리한 오스트레일리아까치를 나중에 더 자세히 연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현재 엠마는 세계적 명문 호주 그리피스대학교의 행동생태학자 대릴 존스 교수의 지도 아래 이번 연구결과를 과학 논문으로 작성 중이다. 엠마처럼 과거 까치 공격을 연구했던 존스 교수는 새들이 붉은 머리를 가진 이들을 꺼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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