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뉴 호라이즌(New Horizon)'이 한국시간 18일 오전 9시42분 역사상 5번째로 50AU를 돌파하는 우주선이 된다. AU는 지구와 태양까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다. 50AU는 75억km로, 빛의 속도로 날아와도 지구까지는 6시간30분 이상이 걸린다.
15년전인 2006년 1월 19일에 발사된 명왕성 탐사선 뉴 호라이즌은 임무를 마치고 현재는 태양권(heliosphere) 외곽의 카이퍼 벨트(Kuiper belt, 해왕성 궤도의 바깥쪽에 있는 소천체들)을 통과 중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쏘아올린 우주선 중 가장 처음 50AU를 돌파한 것은 1972년 발사된 파이오니어 10호다. 목성을 탐사 임무를 마치고 계속 날아간 파이오니어 10호는 1990년 9월 22일 50AU를 돌파했으며, 현재 지구와의 거리는 129AU에 달한다.
그로부터 1년 뒤 발사된 파이오니어 11호는 목성의 추가 탐사를 마치고 최초로 토성을 직접 관찰한 데 이어 1991년 50AU를 넘어섰다. 이제는 지구와 105AU나 떨어졌다. 이들 파이오니어 형제는 각각 2003년과 1995년에 최종 전파신호를 보낸 후 지구와의 연결이 끊어졌다.
3, 4번째로 50AU를 기록한 우주선은 1977년 9월 5일 발사된 보이저 1호와 16일 뒤 발사된 보이저 2호다. 보이저 1호는 목성과 토성을 관측했으며, 보이저 2호는 천왕성과 해왕성을 지나갔다.
특히 보이저 1호는 총알의 17배인 초속 17km로 40년 이상 동안 날아가 현재 152AU를 기록, 지구와 가장 멀리 떨어진 우주선이 됐다. 또 보이저 2호는 127AU를 기록하고 있는데, 특히 이들은 파이오니아와는 달리 아직까지 지구와 연결이 되고 있다.
NASA는 지난 1990년 보이저 1호가 40.11AU 위치에 있을 때 카메라를 내부 태양계쪽으로 향하게 하고 금성과 지구, 목성, 토성, 해왕성, 천왕성 등 6개 행성의 이미지를 찍어 합성한 이른바 '태양계 가족 사진(Family Portrait of the Solar System)'을 공개했다.
하지만 50AU나 떨어진 뉴 호라이즌은 지금 같은 작업을 할 수 없다. 미국 콜로라도에 위치한 남서부 연구소의 뉴 호라이즌 수석연구원 앨런 스턴은 "카메라 성능이 개선되며 현재 위치에서도 태양이 너무 밝게 보인다"며 "추후 명왕성 관찰을 위해 장비의 소모를 최대한 아껴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뉴 호라이즌은 앞서 우주로 나간 보이저 1호의 위치를 처음으로 촬영해 보내왔다. 물론 보이저 1호를 직접 잡아낸 것이 아니라 성간 공간을 가리키는 사진이다.
이처럼 우주선들이 50AU를 넘어서는 것에 대해 의미를 두는 것은 처음 우주선을 설계할 때 목표로 한 비행 거리가 바로 50AU 였기 때문이다. 즉 5대의 우주선은 설계 목표를 초과달성한 셈이다.
게다가 뉴 호라이즌은 아직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역'이다. 2015년 최초로 명왕성을 조사한 이후 2019년 1월 1일에는 역시 사상 최초로 카이퍼 벨트의 근접 촬영에 성공했다.
뉴 호라이즌은 현재의 전력 상황 등을 고려하면 100AU에 도달하는 2030년대 후반쯤에는 수명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스턴은 "보이저가 발사됐을 때에는 450명이 매달렸지만, 뉴 호라이즌은 불과 50여명이 작업에 참가했다"며 "우주선 한 대와 일부 인원으로 지난 15년간 이룬 성과는 SF소설 내용처럼 들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