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 필립스(50) 감독 작품 ‘조커’로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호아킨 피닉스(45)가 배트맨을 연기할 뻔한 사연이 공개됐다.

호아킨 피닉스는 1일 인디와이어와 인터뷰에서 과거 배트맨 배역을 맡을 뻔했던 숨겨진 이야기를 털어놨다.

호아킨 피닉스를 DC코믹스 최고 인기 캐릭터 배트맨에 낙점한 인물은 대런 아로노프스키(51) 감독이다. 2010년 영화 ‘블랙 스완’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실력파 연출자다.

사연은 대충 이렇다. 워너브러더스는 조엘 슈마허가 1997년 내놓은 ‘배트맨과 로빈’이 혹평을 받자 어떻게든 훌륭한 후속작을 만들려고 했다. ‘배트맨과 로빈’은 아놀드 슈왈제네거(미스터 프리즈 역)와 조지 클루니(배트맨 역), 크리스 오도넬(로빈 역), 우마 서먼(포이즌 아이비 역) 등 톱스타가 총출동했으나 스토리 부재 등 갖은 문제점을 지적 받았다. 심지어 18회 골든라즈베리시상식에서 최악의각본상과 각본상, 속편상, 감독상을 휩쓸었다. 2일 기준 국내 영화평(네이버 기준) 역시 4.06점(10점 만점)이다.

배트맨을 연기한 조지 클루니 <사진=영화 '배트맨과 로빈'(1997) 스틸>

워너의 구원투수로 지목된 인물은 2000년 영화 ‘레퀴엠(Requiem For A Dream)’을 히트시킨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었다. 차기 ‘배트맨’ 작품 감독으로 발탁된 그는 아카데미상을 받은 감각적인 작가 프랭크 밀러(63)와 각본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캐스팅 단계부터 워너브러더스와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뜻이 대립했다. 당시 감독은 배트맨 역할로 호아킨 피닉스를 내세웠지만 워너브러더스는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시리즈의 주인공 프레디 프린즈 주니어(44)를 고집했다.

일단 워너의 설득으로 감독이 겨우 마음을 돌렸다. 그런데 문제는 시작에 불과했다. 각본을 가지고도 양측 의견이 엇갈렸다.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프레디 프린즈 주니어를 배트맨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각본은 건들지 말라고 날을 세웠다. 워너는 각본이 지나치게 어둡다고 난색을 표했다.

사사건건 의견이 대립하면서 결국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배트맨’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대신 워너브러더스가 감독을 교체하고 고심 끝에 내놓은 작품이 크리스토퍼 놀란(49) 감독의 ‘다크나이트’ 3부작이다.

이와 관련,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영국 엠파이어지와 인터뷰에서 “스튜디오와 제가 아주 다른 두 편의 영화를 만드는 기분이었다. 그 정도로 의견대립이 심했다”며 “제가 그리려던 배트맨 이야기는 워너가 최종적으로 완성한 ‘다크나이트’와는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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