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위성 타이탄에는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지금까지 생각보다 낮으며, 있더라도 고양이 한 마리 분량의 극소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타이탄은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짙은 대기를 가진 위성이다.
유럽우주국(ESA)은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최근 공식 발표했다. ESA의 생각은 타이탄에 착륙해 짧은 시간이나마 중요한 관측 활동을 진행한 하위헌스(Huygens)의 자료를 근거로 한다.
하위헌스는 1997년 미 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토성 탐사선 카시니(Cassini)에 탑재된 착륙선이다. 2005년 카시니에서 사출된 하위선스는 표면 온도가 -179.5℃에 불과한 타이탄에 착륙, 약 90분간 미션을 실시한 뒤 통신이 두절됐다.

타이탄은 생명이 존재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태양계 천체 중 하나다. ESA가 하위헌스의 자료를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한 결과, 이곳에 생명체가 살 가능성은 분명 0%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평가보다 훨씬 낮다.
ESA 관계자는 "두꺼운 대기를 가진 타이탄은 액체의 흔적도 확인되고 있다. 아마 얼음층 밑에는 바다가 넘실댈 것"이라며 "하위헌스의 자료를 보면, 타이탄의 대기에서 생명의 구성 요소인 유기화합물을 생성하는 화학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평가했다.
ESA는 타이탄에 생명이 태어났다면 가장 원시적인 생명유지 수단 중 하나인 발효를 통해 살아남았다고 추측했다. 발효는 유기화합물을 산소 없이 에너지로 변환하는 과정이다. 타이탄에서 발효에 관여할 만한 유기화합물은 단백질을 만드는 아미노산인 글리신이 유력하다. 글리신은 타이탄 지표에서 이미 검출됐는데, 생명이 존재할 얼음층 밑 바다에 닿을 만큼 풍부한지가 문제다.

ESA 관계자는 "타이탄에 바다가 있더라도 엄청나게 두꺼운 얼음이 덮고 있다. 이런 이유로 유감스럽게도 타이탄에서 미생물을 찾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이론상으로는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여전하지만 확률은 전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게 우리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어 "글리신이 타이탄의 바다에 닿았더라도 생명체의 총량은 불과 7.5㎏ 수준일 것"이라며 "생명체가 있다고 해도 지름 5151㎞의 타이탄 전체적으로 고양이 한 마리 분량에 불과하다"고 추측했다.
ESA는 현실적으로 볼 때 타이탄의 모든 유기분자가 생명의 식량원이 되는 것은 아니어서 타이탄의 생명체 연구는 향후 보다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