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바다는 초록색이었고, 미래의 바다는 보라색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구는 표면의 약 70%를 덮고 있는 파란색 바다로 인해 ‘푸른 행성’으로 불려 왔다.

일본 나고야대학교와 교토대학교, 토호쿠대학교, 도쿄과학대학교 등 공동 연구팀은 1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의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먼저 소개됐다.

연구팀은 일본 화산섬 이오지마 주변 등 일부 해역에 녹색 바닷물이 흐르는 원인을 조사해 왔다. 이 과정에서 약 38억 년에서 18억 년 전 시생대의 바다는 지금과 구성 성분도 색상도 확연하게 달랐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나고야대 타로 마츠오 교수는 “당시 바다에는 철이 풍부했다. 시아노박테리아(남조류 또는 남세균)가 광합성하면서 철이 산화해 산화철이 퍼진 결과 바닷물이 녹색으로 보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태고의 바다는 남조류의 영향으로 녹색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진=pixabay>

이어 “이런 산화 반응이 거듭되면서 지구 대기 중에 산소가 풍부해지는 일명 대산화가 벌어졌고 다양한 생명체가 탄생했다”며 “시생대 지구는 원래 대기도 바다도 산소가 거의 없는 혐기 환경이었다가 산소 없이 광합성하는 원시 미생물의 영향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오지마 해역에 서식하는 남조류처럼 광합성하는 생물은 클로로필이라는 색소를 안테나 삼아 태양빛을 포착한다. 원시 생명체인 남조류는 클로로필뿐만 아니라 보조적으로 피코빌린이라는 색소도 이용한다.

타로 마츠오 교수는 “남조류가 야기한 대산화의 흔적은 지구 각지에 줄무늬 철광상이라는 특이한 지층을 남겼다. 이는 산소가 적은 시대에 침전된 철분이 산소와 반응해 산화철이 교대로 층을 이루면서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지구는 바닷물의 영향으로 파랗게 보인다. <사진=pixabay>

이어 “남조류의 클로로필은 파란색이나 빨간색을 흡수하지만 녹색빛은 그렇지 않다”며 “광합성 효율이 떨어지자 남조류들은 클로로필 대신 녹색빛으로 광합성이 가능한 피코빌린을 획득했다. 이런 진화가 태고의 지구 바다가 녹색이었다는 우리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남조류가 클로로필과 피코빌린 두 가지 광합성 안테나를 가진 점에서 미래의 바다가 보라색이 될 가능성도 점쳤다. 타로 마츠오 교수는 “화산활동이 심해져 대기의 산소가 줄면 홍색 황세균이 급증해 바다가 보라색을 띨 것”이라며 “태양이 노화해 더욱 밝아지는 먼 미래에는 자외선의 영향으로 해수 증발이 진행되고 지구에서 바다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다.

연구팀은 초록바다가 생명을 잉태한 징조라면 초록빛을 띠는 행성에 외계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지구 외 생명체 탐사 계획 역시 같은 이유로 녹색 바다에 주목해 왔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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