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의 지표면 아래에 용암에 의한 대규모 지하 터널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원인으로는 금성의 가혹한 환경이 꼽혀 학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탈리아 파도바대학교 천체물리학 연구팀은 지난달 29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의 연구 성과는 지난달 7~12일 열린 국제 학술제 유로플래닛 사이언스 콩그레스(EPSC 2025)에서도 소개됐다.
지하를 흐르는 용암에 의해 형성되는 지하 터널, 즉 용암 동굴(lava tube)은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것이 이전부터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금성에도 지구와 같은 구조의 용암 동굴이 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연구팀은 금성의 화산지대에 점재하는 수수께끼의 구멍이나 경사면을 따른 지형이 지하 용암 동굴의 존재를 설명한다는 입장이다.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금성에서 발견된 구멍의 형상을 디지털 모델로 재현하고 지구의 용암 동굴과 비교했다.
그 결과 금성 지표면의 구멍은 지구와 마찬가지로 지하에 형성된 용암 동굴의 천장이 무너져 생겼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금성의 중력은 지구와 거의 같음에도 형성되는 용암 동굴은 달이나 화성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사실도 파악됐다.
파도바대 바바라 드 토폴리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중력이 강할수록 지하의 벽이나 천장이 무너지기 쉽고 용암 동굴은 작아진다. 지구의 용암 동굴이 비교적 소규모인 것도 그 때문"이라며 "반면 달이나 화성과 같은 저중력 환경에서는 붕괴 위험이 적고 더 넓고 긴 용암 동굴이 생기기 쉽다"고 언급했다.
이어 "금성에 달과 맞먹는 규모의 용암 동굴이 존재하려면 중력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며 "이는 향후 밝혀야 할 내용이지만, 지금까지 얻은 정보대로라면 아마 금성의 극한 환경 자체와 관련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금성의 지표면은 평균 약 470℃의 고온에 이른다. 대기압은 지구의 약 90배나 된다. 대기의 96% 이상이 이산화탄소로 구성되고 하늘에는 황산 구름이 떠다닌다. 때문에 지구나 화성에서 볼 수 있는 풍화와 침식, 붕괴 등 지질의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 즉, 한번 형성된 용암 동굴의 구조가 지구보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을 연구팀은 점쳤다.
바바라 연구원은 "금성의 용암은 지구의 그것보다 점성이 낮고 퍼지기 쉬워 평탄한 동굴을 만들기 적합했다는 가설도 있다"며 "금성의 용암 동굴이 실존한다면, 향후 금성 탐사 시 가혹한 환경으로부터 인간 및 기기를 보호할 벙커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