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되지 않은 폭약과 미사일로 이뤄진 해저 무덤이 해양 생태계를 구성해 수많은 생명체를 지탱하고 있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최근 진행된 독일 북부 뤼베크 만의 해저 조사에서 확인됐다.

독일 젠켄베르크해양연구소는 발트해와 접한 뤼베크 만 해저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폐기된 대량의 미사용 탄약과 무기 잔해에 대한 근접 탐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연구소가 원격조작 무인 탐사선을 동원해 조사한 결과, 해당 해역에는 물고기와 게, 불가사리, 말미잘 등 수많은 생물이 모여 수중 정원과 같은 생태계를 조성했다. 원래 생명체가 살 수 없을 정도로 유해한 화학물질이 가득한 이곳은 80년 세월 동안 해양 생명체의 요람으로 변모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뤼베크 만 해역에 투기된 무기류의 분포를 보여주는 이미지 <사진=젠켄베르크해양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젠켄베르크해양연구소 안드레이 베데닌 연구원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독일은 160만 t 넘는 탄약과 미사일, 폭탄, 어뢰, 기뢰를 발트해, 특히 뤼베크 만에 대량 투기했다"며 "무기 잔해에는 조류가 무성했고 다양한 물고기와 게, 불가사리, 말미잘, 홍합, 갯지렁이 등 수생생물이 모여 살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 생물은 자연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무기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며 "금속 표면에는 적당한 요철이 있어 들러붙기 쉽고, 은신처로도 알맞아 아예 정착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연구소에 따르면 말미잘은 비교적 원형을 유지하는 어뢰나 미사일 표면에 자리를 잡았다. 녹슬어 무너진 부분보다 탄탄한 구조에 많이 모여 있음이 영상을 통해 확인됐다. 녹이 슬고 흘러내려 폭약이 노출되고 구멍이 뚫린 불안정한 부분에는 생물이 보이지 않았다. 가혹한 환경에도 적응하는 갯지렁이조차 이런 곳에는 접근하지 않았다.

무인잠수정이 촬영한 뤼베크 만 해저의 생명체들. 어뢰와 미사일, 폭약의 표면과 사이에 삶의 터전을 잡았다. <사진=젠켄베르크해양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수많은 생물이 서식한다고 해서 이곳이 안전한 것은 아니다. 트라이나이트로톨루엔(TNT)은 군용 폭탄이나 지뢰 등에 널리 사용되는 폭약으로 물에 쉽게 녹고 장기간 환경에 잔류한다. 인체에도 유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물속에 녹아내리면 해양생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베데닌 연구원은 "이 해역의 TNT 농도는 뤼베크 만의 다른 곳보다 분명히 높았다. 발트해 전체로 봐도 이 구역은 TNT 오염이 확실히 진행 중"이라며 "무기의 열화 상태나 파손 상황에 따라 정착한 생물이 받는 화학적 영향에는 편차가 있다. 폭약이 계속 녹는 한, 이러한 물고기가 인간의 식탁에 오를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연구원은 "폭약이 녹아내릴 위험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안전한 인공구조물로 대체할 것을 독일 정부에 제안했다"며 "인공물 투입은 당연히 새로운 환경변화를 일으킬 테지만, 이미 인간의 활동에 영향을 받은 해역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보전 방법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무인 탐사선은 레이저 포인터를 활용해 어두운 해저에서도 정밀한 조사가 가능하다. <사진=젠켄베르크해양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연구소는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사용한 인간들이 치러야 할 대가는 분명하기에, 현장을 그대로 방치하거나 무기를 치우기보다 녹아내린 부분을 어떤 방법으로든 덧씌워 최대한 무해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데닌 연구원은 "뤼베크 만처럼 바다에 대량의 무기를 투기한 사례는 얼마든 더 있다. 인간은 오랜 세월에 바다를 쓰레기통처럼 이용했다"며 "이런 영향은 조만간 인간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 지구상의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생태계를 지탱하기 위한 중요한 장소임을 잊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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