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세균은 결국 진화해 다른 장기에 생존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내 세균의 다양성은 건강에 중요하지만 장에서 새어나오는 것 자체가 위험해 학계 관심이 쏠렸다.

미국 예일대학교 연구팀은 1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소개된 논문에서 장내 세균이 장에서 탈출하는 능력을 진화시켜 다른 장기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장에서 유출된 세균은 다른 장기에 머물다 결국 만성 염증이나 이로 인한 질병을 일으키게 된다고 연구팀은 예측했다.

연구팀은 장내 세균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조사하던 중 이런 사실을 알아냈다. 장내 세균이 없는 무균 쥐에게 엔테로코쿠스 갈리나룸(Enterococcus gallinarum)이라는 세균을 감염시킨 결과 3개월 만에 두 가지 종류로 분기했다.

장내 세균이 진화를 거쳐 다른 장기로 숨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하나는 원래 세균주와 같은 종이지만 또 다른 유형에는 DNA에 약간의 돌연변이가 일어나고 있었다”며 “장내에 정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곳에서 탈출해 림프절이나 간에 눌러앉았다”고 전했다.

이어 “변이된 유형은 장기에 반쯤 숨도록 잠복해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면역체계에 발견되지 않는다”며 “장기간 세균이 존재하면 자가면역질환 등 염증성 질병을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엔테로코쿠스 갈리나룸은 반코마이신(세균 감염 치료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장구균이다. 인간 장내 세균총의 6%를 차지하며 병원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병원성 세균을 가졌어도 질병에 걸리지 않는 까닭을 이번 실험 결과로 다소나마 설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장내 세균이 누출돼 만성질환을 일으키는 장누수증후군(Leaky gut syndrome)은 흔한 병이지만 잠재적으로 병원성이 있는 세균이 숙주를 병들게 하지 않고 수십 년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장내 세균이 다른 장기에 잠복하면 장누수증후군 등 질병을 부를 수 있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장내 세균의 숙주 내 진화는 세균이 다른 개체로 옮겨갈 때 우선 비병원성이 우선시되기 때문”이라며 “이런 진화는 새로운 숙주로 옮겨갈 때마다 다시 시작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장내 세균에 의한 발병은 생활 습관도 큰 요인 중 하나”라며 “건강한 식생활을 하는 사람의 장내에서는 다양한 세균이 형성되는데, 세균 입장에서 자원을 놓고 경쟁해야 하므로 개개의 세균 그룹이 억제돼 장누수증후군 위험이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숙주 내 진화가 장내 세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 위험한 병원균의 진화를 예방하거나 이것이 누출돼 발병하는 질병도 치료할 것으로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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