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필요한 동작을 취해주는 의수가 개발됐다. 불의의 사고로 손을 잃은 사람들이 의지해온 의수는 가격이 비싸고 무게가 꽤 나가는 단점이 있지만 이번에 개발된 의수는 단돈 500달러(약 59만원)로 저렴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와 중국 상하이교통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1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을 통해 저렴하고 가벼우며 촉감도 느낄 수 있는 의수를 공개했다.
의수나 의족은 사고로 손발을 잃은 사람들이 의지하는 보조 기구로 역사가 꽤 오래됐다. 초반에는 잘려나간 신체 부위를 비슷하게 본뜨는 수준이었지만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신경기능을 갖춘 고성능 기구들이 개발돼 왔다. 다만 사지 근육의 전기신호를 감지해 실제 손발처럼 움직이려면 가격이 비싸고 모터 탓에 무게가 나가는 등 단점이 많았다.
두 대학 연구팀은 근전도(EMG) 센서와 실리콘 고무, 경량 공기압 시스템의 조합에 주목했다. 인공 손가락을 바람이 들어간 풍선으로 구성하고 근육의 전기신호를 EMG 센서가 읽어 공기압 시스템을 움직이는 구조를 생각해냈다.
우선 연구팀은 3D 프린터와 시판되는 저렴한 실리콘 고무 제품(ECOFLEX)을 이용해 속이 빈 손가락 모형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바람을 넣으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데 각 손가락 속에 보다 섬세한 움직임을 흉내 내기 위해 섬유 조각들을 주입했다. 실리콘 고무는 제법 강성이 뛰어나 망치로 내리쳐도 견뎌냈다.
연구팀은 이 풍선 손을 허리에 찰 수 있는 작고 가벼운 공기압 시스템에 연결했다. 이를 통해 풍선에 바람을 넣고 빼 손가락을 펴고 굽히는 동작을 재현했다.
이어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손가락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펌프 압력을 조정하는 컴퓨터 모델을 만들었다. 물건을 집거나 주먹을 쥐는 등 손가락의 일반적인 움직임 5개를 구현하기 위해 공기압 시스템에 명령을 내리는 컨트롤러도 제작했다.
마지막으로 사용자의 팔에 EMG 센서를 부착했다. EMG 센서가 운동뉴런에서 나오는 전기신호를 읽고 공기압 시스템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운동뉴런이란 신경계를 구성하는 뉴런의 일종으로 척수 같은 중추신경계의 신호를 근육에 전달해 움직이게 한다.
연구팀 관계자는 "근육 제어를 위해 운동뉴런이 생성하는 전기신호를 EMG 센서가 측정하고 이 신호를 공기압 시스템이 수신하는 방식"이라며 "센서는 손이 절단된 사람이라도 진짜 주먹을 쥐는 것처럼 남은 팔다리의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육의 전기적 신호를 복호화해 일반 손동작과 연관 짓는 알고리즘을 사용했다"며 "와인 잔을 들어 올리는 상황을 상상하면 센서가 근육 신호를 감지하고 이에 상응하는 압력으로 변환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MIT는 팔 절단 사고를 당한 남성이 의수를 장착하고 다양한 동작을 구현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악수를 하거나 컵케이크를 건네받고 고양이를 쓰다듬고 컵에 주스도 따를 수 있었다. 가방 지퍼를 손가락에 걸어 여닫거나 얇은 감자칩을 집게와 엄지손가락으로 집어먹는 것도 가능했다.
이 의수는 간단한 촉각 피드백을 적용해 장착한 사람이 실시간으로 촉감을 느낄 수 있다. 남아있는 사지에 부착된 압력센서를 의수의 각 손가락에 연결해 만지거나 쥐면 압력을 느낄 수 있는 신호가 발생한다.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 응용되는 촉각 피드백은 진동이나 힘, 충격을 통해 사용자에 촉감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의수가 몇 가지 동작만을 구현하는 만큼 아직 실생활에 적용할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시스템이 간단하고 제작비가 500달러 선으로 저렴하며 무게도 226g에 불과해 추가 연구를 거치면 얼마든 실제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