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타이족이 적의 피부로 다양한 기념품을 만들었다는 가설을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가 발견됐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주장을 입증할 구체적인 유물은 스키타이가 융성한 시대 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와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가 참가한 국제 연구팀은 최근 낸 조사 보고서에서 스키타이족이 사람 피부로 만든 유물을 소개했다. 스키타이족은 이란에서 기원해 기원전 7~3세기 번성한 유목 민족으로 기마전에 능한 전사로 유명하다.
연구팀은 약 2400년 전 스키타이 사람들이 사용하던 화살통의 가죽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사람의 피부를 즐겨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조사에 참여한 케임브리지대학교 매튜 콜린스 교수는 “우크라이나 남부에 자리한 스카타이족 유적 14개소의 무덤 18기에 묻힌 가죽 유물 45점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사람 가죽을 쓴 사실이 드러났다”며 “전사에게 꼭 필요한 화살통을 두른 가죽은 적병의 피부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화살통은 양과 염소, 소, 말 등 동물의 가죽을 사용하기도 했다”며 “인간의 피부를 두른 화살통은 지배자 등 지위가 높은 인물을 매장한 무덤 쿠르간에서 출토됐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 생각대로라면 고대 스키타이 전사들은 적병의 피부를 벗겨내 다양한 기념품을 만들었다. 이런 물건은 일반 전사가 아닌 고위급이 자랑삼아 지녔을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매튜 콜린스 교수는 “유물에 포함된 특정 단백질을 조사한 결과 인간 피부로 된 화살통은 스키타이가 번성한 2400여 년 전 것으로 파악됐다”며 “화살통이 스키타이 전사의 정체성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마지막까지 주인과 함께 묻혔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스키타이족이 사람 피부를 재사용했다고 역사서에 썼다. 그에 따르면 스키타이 사람들은 황소 갈비뼈로 인간의 가죽을 벗기고 손으로 주물러 부드럽게 만든 뒤 다양한 물건을 만들었다.
매튜 콜린스 교수는 “기록을 보면 스키타이인은 적의 가죽을 자신이 타는 말의 고삐에 묶어 널리 자랑했다”며 “이들은 적의 가죽을 가장 많이 지닌 전사야말로 최고의 남자라고 판단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패배한 적의 신체 일부를 소유하는 습성은 사실 여러 문화에서 확인됐다. 이런 행위가 주는 효과는 다양했는데, 적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아군의 사기를 높이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는 데 많은 학자가 동의한다.
매튜 콜린스 교수는 “고대인은 인간이든 동물이든 자신이 거꾸러뜨린 상대의 일부를 소유함으로써 그들보다 특별하다고 여겼을 것”이라며 “쏘는 화살마다 적의 심장을 관통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소중한 화살통을 적의 피부로 감쌌다고 볼 수 있다”고 추측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