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와인만 마시면 머리가 깨질 듯 아픈 이유는 술에 포함된 폴리페놀의 일종인 케르세틴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UC 데이비스) 연구팀은 20일 공개한 실험 보고서에서 레드와인이 두통을 유발하는 주된 이유로 케르세틴을 지목했다.

레드와인은 고기 요리의 맛을 끌어올려 많은 이들이 찾는 술이다. 다만 맥주나 소주 등 다른 술은 괜찮은데 레드와인만 마시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는 이들이 적잖은 점은 학계의 오랜 수수께끼였다.

레드와인 속에 든 케르세틴이 두통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레드와인에 포함된 성분 중 알코올 대사를 방해할 수 있는 것들을 추려냈다. 이 과정에서 폴리페놀의 일종인 케르세틴에 주목했다. 케르세틴은 질 좋은 레드와인일수록 많이 포함되는데, 주조사들은 폴리페놀이 산화와 염증을 막고 혈압을 낮춘다는 점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왔다. 

술을 마시면 몸에 들어온 알코올이 우선 유해한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환된다. 이는 다시 제2알데히드탈수소효소(ALDH2)에 의해 무해한 아세트산으로 바뀐다. 유전적으로 ALDH2가 적은 사람은 몸에 아세트알데히드가 쌓이기 쉽다. 즉 술을 조금만 마셔도 취하고 잘 깨지도 않는다.

연구에 참여한 UC 데이비스 앤드류 워터하우스 교수는 "우리 가설대로 케르세틴은 ALDH2의 작용을 방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즉 레드와인을 마시고 머리가 아픈 것은 이 폴리페놀 때문에 몸에서 아세트알데히드가 잘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레드와인을 마신 뒤 숙취에 시달리는 원인을 두고는 여러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사진=pixabay>

교수는 "포도는 햇빛을 많이 받으면 풍부한 케르세틴을 만들어낸다. 값비싼 와인에 쓰는 포도는 과실 주변 잎사귀를 제거해 햇빛을 잘 받도록 관리한다"며 "와인 품질을 높이려는 이런 노력이 케르세틴 양을 늘려 의도하지 않은 두통을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케르세틴이 두통을 일으키지 것은 어디까지나 알코올과 함께 섭취했을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브로콜리나 양파 등 케르세틴이 많은 채소를 즐긴다고 해서 머리가 깨질 듯 아프지는 않다.

이번 실험 결과에 학자들은 여러 의견을 내놨다. 오히려 값싼 와인이 머리가 더 아플 수 있다는 회의론도 나왔다. 영국 퀸메리런던대학교 로저 코더 교수는 BBC에 "레드와인에 포함된 여러 첨가물 또한 두통을 일으키는 성분으로 의심돼 왔다"며 "아황산염 같은 산화 방지제나 혈관을 넓히는 히스타민이 많은 싸구려 레드와인이 오히려 더 심한 두통을 만드는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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