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 태아의 화석 분석 과정에서 대멸종 이전에 벌어진 대규모 인구 감소의 원인을 밝힐 실마리가 잡혔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유전학 연구팀은 이달 23일 발간된 국제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조사 보고서를 내고 네안데르탈인 태아의 DNA 분석 과정에서 인구 급감의 미스터리 일부가 풀렸다고 전했다.

약 5만5000년 전에 죽은 네안데르탈인 태아 DNA를 분석한 연구팀은 이 인간속이 멸종하기 수만 년 전 유전적 다양성을 크게 잃는 심각한 인구 급감이 일어난 것을 알아냈다.

프린스턴대 유전학자 조슈아 에이키 연구원은 “태아는 약 4만 년 전 멸종한 네안데르탈인보다 이전 계통이었다”며 “이 희귀한 DNA 덕분에 오래된 계통의 실태를 보다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네안데르탈인이 멸종 전부터 심각한 인구 급감을 겪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이어 “태아의 미토콘드리아 DNA에 더해 벨기에, 프랑스, 독일, 세르비아 등 유럽 각지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 미토콘드리아 DNA 서열까지 총 10례를 분석했다”며 “기존에 알려진 49례와 대조한 결과, 태아를 대표로 하는 초기 계통과 마지막 계통의 차이가 분명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으로 네안데르탈인이 약 6만5000년 전 심각한 유전자 병목 현상, 즉 유전적 다양성의 대부분이 사라지는 인구 급감에 직면했다고 추측했다. 그 시기는 유럽에 퍼진 빙상으로 인해 비교적 얼음이 적은 프랑스 남서부로 네안데르탈인이 밀려난 때와 비슷하다고 연구팀은 봤다. 빙상이 후퇴하고 인구를 회복한 네안데르탈인은 4만5000년에서 4만2000년 전 사이 마지막 인구 급감을 경험했고 곧 멸종했다. 그들의 마지막 멸종은 사냥과 채집 영역이 확 줄어든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꼽혀왔다.

조슈아 에이키 연구원은 “이번 조사 결과는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기 전 네안데르탈인이 인구 변화를 겪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며 “본 연구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적 병목 현상이 발생한 시기를 가장 뚜렷하게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대 인간속이 어떻게 진화해 현대인에 이르렀는지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다. <사진=pixabay>

연구원은 “정확한 시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의 여지가 있는 것은 맞다”며 “네안데르탈인이 약 4만 년 전 최종 멸종에 이르게 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번 연구는 그 수수께끼를 푸는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학계는 오래된 인간속 화석에서 DNA를 추출한 기술 자체에도 주목했다. 5만5000년 전 인골에서 유용한 DNA를 뽑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며, 샘플이 태아라면 난도는 한층 올라간다. 

고대의 DNA는 대부분 에나멜층이 보호하는 치아에서 얻는데, 태아는 이가 있을 리 만무하다. 즉 추출할 수 있던 것은 미토콘드리아 DNA 뿐이었고, 완전한 분석에 필요한 세포핵 DNA는 얻지 못했지만 마이크로 CT 스캔과 해부학적 연구 기법이 발달한 덕에 의미 있는 발견이 가능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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