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은 단순한 암기보다는 단어나 표현에 역할을 부여하는 연상 기억법 또는 문맥 자체를 이해하는 방식을 활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웨슬리언대학교 심리학자 존 시몬 교수는 최근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프레스 리더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교수는 드라마나 영화, 연극, 뮤지컬에 출연하는 배우가 엄청나게 긴 대사를 암기하는 능력을 연구했다. 다양한 배우를 직접 만나 인터뷰도 진행한 교수는 대본을 반복적으로 읽고 암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배우들은 대사를 곧이곧대로 암기하기보다 연상 기억법을 활용한다. <사진=pixabay>

그는 "연극을 관람한 뒤 관객석에 남아 있다가 접촉하는 방법으로 수많은 배우를 인터뷰했다"며 "많은 배우들은 대부분 대사의 의미에 착안해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연관 짓거나 새로운 사물을 창조하는 연상 기억법을 적극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배우는 자신이 연기하는 역할을 먼저 이해하고 대사와 역할의 관계를 심도 있게 연구한다"며 "이 과정에 비록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일정 단계까지 도달하면 일사천리로 대본을 외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클 케인과 주드 로가 출연한 연극 형식의 영화 '추적' <사진=영화 '추적' 스틸>

존 시몬 교수의 연구에 앞서 1973년에는 단어를 기억할 때 그 발음보다 의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기억하기 쉽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2006년 논문도 많은 배우가 단순한 암기가 아닌 역할의 배경이나 시점과 관련지어 기억한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어떤 배우들은 자신의 대사를 말할 때 상대 배우의 감정을 예측해 보다 확실하게 대사를 암기한다.

영화 '테넷'과 '인터스텔라',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추적' 등으로 유명한 영국 배우 마이클 케인(91)은 저서 '액팅 인 필름(Acting in Film)'에서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마이클 케인은 대사를 기억하는 노하우에 대해 "단순히 외울 것이 아니라, 자신이나 상대, 주변 배우들의 관계를 먼저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문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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