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싫다며 주위에서 말려도 꿋꿋하게 수염을 기르는 남자들의 심리나 동기는 가족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이탈리아 파도바대학교 및 폴란드 실레지아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최근 조사 보고서를 내고 남성들이 수염을 기르는 동기는 남성성을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18~40세 남성 414명을 모집하고 수염을 기르는 이유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사회적 동기(다양한 사회적 욕구를 포괄) ▲젠더 롤 스트레스(남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 풍조에 대한 저항감) ▲다른 남성과 경쟁심(보다 남자답게 보이려는 경쟁심) 등 세 가지 카테고리를 세분화한 질문들을 제시하고 피실험자들이 어떤 답을 하는지 알아봤다.

새로운 연구에서는 남자의 수염이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사진=pixabay>

그 결과 남자들은 가족과 관련해 수염을 기르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팀 관계자는 "우선 밝혀진 것은 수염을 기르는 남성일수록 오래가는 관계를 중요시하고 가족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사실"이라며 "지금까지 연구에서 수염은 육아 능력이 높다는 인상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성은 자신에 어울리는 연애 상대를 찾고 안정된 관계를 유지하다 가족이 되기 위해 수염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흥미로운 것은 다른 남성을 의식하는 남자일수록 수염을 기르지 않는 경향이 있고, 이런 남성은 젠더 롤 스트레스 지수도 높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수염은 남자다움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정확한 역할이나 목적은 밝혀지지 않았다. <사진=pixabay>

연구팀 조사대로라면 수염은 남성이 스스로를 남자답게 연출하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가족을 만들고 식솔을 지키기 위해 기를 가능성이 있다. 가족으로 하여금 의지할 만한 인물임을 강조하기 위해 남자들이 수염을 기른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피실험자가 약 400명으로 많지 않은 점과 수염의 모양이 고려되지 않은 점 등을 인정하고 향후 대규모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수염은 남녀의 성적 이형을 보여주는 뚜렷한 지표 중 하나다. 많은 학자들이 수염의 역할을 조사해 왔지만 확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미국 유타대학교 연구팀은 싸움에서 주먹을 맞을 때 충격을 완화해 턱뼈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가설을 2020년 제기해 관심을 받았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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