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 같으면 전국이 장마전선의 영향권에 들어갔겠지만, 올해는 장마가 좀처럼 북상하지 않고 있다. 29일 기상청에 따르면 중부지방 장마 시작 시기가 크게 늦어지면서 6월에 사실상 장마가 나타나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장마가 늦으면 대기와 바다, 농업, 생태계, 사람의 건강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기후 전문가들은 장마가 늦어질수록 폭염과 가뭄, 농작물 피해, 집중호우 위험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단 장마가 늦을수록 폭염이 강해진다. 장마는 여름철 천연 냉각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장마철에는 두꺼운 구름이 태양 복사를 차단하고 빗물이 증발하면서 주변 열을 흡수한다. 이를 증발잠열 효과라고 부른다. 장마가 늦어지면 맑은 날이 길어지고 태양에너지가 지표면에 축적된다. 토양은 빠르게 달궈지고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는 열을 저장한다. 이렇게 축적된 열은 밤에도 쉽게 식지 않아 열대야를 만들 가능성도 커진다.

6월이 끝나가는데도 올여름 장마는 아직 소식이 없다. <사진=pixabay>

실제로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수십 년간 기후변화로 인해 장마와 같은 계절성 강수의 시기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영향으로 폭염 발생 빈도 역시 증가세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장마가 늦어진 해에는 6월 말~7월 초 폭염 특보가 예년보다 빨리 내려지는 사례가 반복됐다.

장마가 늦어진다고 여름 전체 강수량이 반드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기 중에는 수증기가 계속 축적된다. 대기가 따뜻할수록 더 많은 수증기를 품을 수 있는데, 기온이 약 1℃ 상승하면 대기의 수증기 보유량은 약 7% 증가한다. 결국 장마전선이 형성되는 순간 한꺼번에 많은 비가 쏟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세계 여러 지역에서 짧은 시간 동안 기록적인 폭우가 늘어나는 것도 이러한 물리 법칙과 기후변화가 결합한 결과로 해석된다.

농업은 장마 시기에 가장 민감하다. 벼는 본격적인 생육기에 충분한 물이 공급돼야 한다. 장마가 늦어지면 논의 담수 관리가 어려워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관개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 다른 작물도 마찬가지다. 콩과 옥수수, 채소류는 어린 시기 수분이 부족하면 생장이 크게 둔화된다. 이후 비가 많이 내려도 초기 생육 부진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 농무부(USDA)는 여러 보고서를 통해 초기 생육기 수분 스트레스가 곡물 수량 감소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했다.

장마가 늦어지면 모기 같은 해충이 갑자기 급증하고 벼 같은 중요 작물의 작황이 나빠질 수 있다. <사진=pixabay>

모기 같은 해충의 유충은 물웅덩이에서 자라는데, 장마가 늦으면 오히려 개체가 늘 수 있다. 초여름 고온 환경에서 작은 웅덩이나 인공 용기에 남은 물은 모기의 과밀 번식장으로 변한다. 이후 장마가 시작되면 곳곳에 새로운 고인 물이 생기고, 과밀한 개체들이 옮겨가며 폭증세가 나타난다. 농작물을 갉아먹는 해충 역시 건조한 날씨가 길어질수록 천적 활동이 줄어 일부 종은 빠르게 번식한다.

장마가 늦어지면 인간의 체온 조절 부담도 커진다. 높은 기온과 강한 햇빛에 오래 노출되면 체내 수분 손실이 심해지고 탈수 위험이 증가한다. 더위는 집중력 저하와 작업 능력 감소를 유발한다. 사람들이 본격적인 여름 더위에 적응하지 못하는 6월 말~7월 초 온열질환 발생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렇다면 장마는 왜 자꾸 늦어질까. 학계는 기후변화가 장마를 예측하기 어려운 형태로 바꾸고 있다고 본다. 북태평양 고기압과 오호츠크해 고기압의 위치 변화, 제트기류의 변동, 해수면 온도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장마 시작 시기와 종료 시기, 강수 강도가 해마다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장마가 늦어지는 이유로는 기후변화가 꼽혔다. <사진=pixabay>

관련 연구는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 연구팀이 올해 발표한 ‘강수 특성의 변화(The changing nature of precipitation)’가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로 강수의 시공간 변동성이 커지고 집중호우가 증가하는 경향을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결국 장마가 늦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우산을 늦게 준비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 사이 축적된 열과 수증기는 폭염과 집중호우를 동반할 수 있다. 비가 늦게 오는 것보다, 늦게 온 비가 어떻게 내리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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