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저주받은 그림 하면 '델파인 라로리 부인의 초상화'를 꼽는다. 악마에 사로잡힌 라로리 부인의 혼이 갇혀있다는 이 그림은 보는 것만으로 재앙을 겪는다는 소름끼치는 일화들로 유명하다.  

여전히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은 '델파인 라로리 초상화'는 소장한 사람의 운명을 뒤바꾼다고 여겨진다. 특히 품고 있는 사악한 기운이 대단해, 기가 허한 사람은 이 그림만 봐도 즉시 가슴을 죄는 듯 통증을 느끼고 쓰러졌다고 전해진다.

초상화 속의 여인 델파인 라로리 부인은 19세기 초 미국 뉴올리언스 지역의 사교계에서 이름깨나 날린 귀족 출신이다. 당대 명사들을 매일같이 초대해 파티를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34년 어느 날, 라로리 부인이 숨기고 있던 엄청난 비밀이 드러났다. 마침 부엌에서 불이 나 순식간에 번져나갔는데, 이를 계기로 저택 안쪽에 숨겨놨던 노예 고문실의 정체가 밝혀지고 말았다.

'미져리'로 유명한 캐시 베이츠는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의 에피소드 중 하나로 제작된 라로리 부인 편에 출연했다. <사진=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마리 델파인 라로리' 스틸>

목격자들은 라로리 부인의 비밀스러운 고문실 광경에 말을 잇지 못했다. 노예들을 가두고 온갖 고문을 저지른 이 방에는 잘게 썬 노예 시체가 적어도 7구는 널부러져 있었다. 천장에는 살이 찢긴 시체가 걸려 있었다. 방안은 온통 시체 썩는 냄새와 피비린내로 가득했다. 

살아남은 노예들은 굵은 쇠사슬로 몸이 감겨있었다. 목에 걸린 쇠사슬 때문에 머리를 움직이기도 힘들어보였다. 온몸에는 끔찍한 채찍자국이 선명했다. 개중엔 뼈가 드러난 이도 보였다. 

수사관들이 다녀간 뒤로 몇 가지 사실이 더 밝혀졌다. 당시 불은 방화였다. 라로리 부인의 잔혹한 고문을 견디다 못한 누군가가 일부러 불을 낸 거였다. 뉴올리언스 사교계에서 상냥하고 지적이며 아름다운 인물로 칭송 받던 라로리는 하루아침에 추락했다.

사실 라로리가 노예를 학대한다는 사실을 의심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지역 변호사 몇이 증거를 모으던 참이었다. 일부는 라로리를 찾아가 경고하기도 했다. 그래도 참극은 계속 벌어졌다. 노예를 학대하고 피를 즐기는 라로리의 변태적 욕망은 갈수록 커져갔다.

라로리 부인의 죄가 드러난 뒤 수사관들은 저택을 대대적으로 수색했다. 학대 끝에 죽은 노예들의 시신이 집 곳곳에서 나왔다. 온몸이 찢긴 소녀의 시체도 보였다. 저택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사했다고 라로리라 둘러댔던 이 소녀의 몸은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정원에선 사람 해골이 수도 없이 나왔다.

수사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라로리는 당당했다. 자신이 소유한 노예를 죽이던 살리던 주인 마음이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사람을 학대한 죄를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라로리는 죄의식 따위 느끼지 않았다. 그래도 살던 곳엔 더 머물 수 없어 프랑스로 도망쳤다. 뉴올리언스 사람들이 왜 자기를 공격하는 지는 끝내 이해하지 못했고, 62세가 되던 1842년 프랑스에서 죽었다. 

이후 라로리는 피를 탐하는 악마같은 여자의 상징이 됐다. 그가 소유했던 뉴올리언스 저택도 유명세를 탔다. 소유가 몇 차례나 바뀐 이 저택은 1970년대 헐렸고 그 자리에 맨션이 들어섰다. 건물은 바뀌었지만 노예들 시체 위에 지어졌다고 해서 '저주받은 라로리 하우스'로 불렸다.

저택 부지에 맨션이 지어지고 나서도 라로리 부인의 이야기는 전설처럼 이어졌다. 온갖 괴담이 떠돌았다. 급기야 호기심 많은 주민 하나가 1997년 라로리 부인의 초상화를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왜 끔찍한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단 초상화가 완성되고 나자 무시무시한 일들이 벌어졌다.

맨션에 라로리의 초상화가 걸린 이후, 주민들 사이에선 유령을 봤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뿌연 연기같은 사람 형상을 한 것들이 배회한다는 목격담이 이어졌다. 라로리에 의해 살해된 노예의 원혼이라거나, 라로리 본인이라는둥 온갖 소문이 나돌았다. 

기묘한 일은 더 벌어졌다. 한밤중에 초상화가 괴상한 소리를 내며 혼자 떨어지는가 하면 초상화를 본 사람들이 차례로 사고를 당했다. 맨션 안의 물건이 절로 움직이고 바닥에선 밤새도록 발자국소리가 들렸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뺏는다는 라로리 부인의 초상화는 기묘한 분위기로 유명하다. 부인의 얼굴은 언뜻 온화해 보이지만 어둡고 우울하며 섬뜩하기까지 하다. 결국 주민들은 이 초상화를 비밀리에 보관하기로 합의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긴 뒤, 소유자는 불문에 부쳤다.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라로리의 초상화만큼 유명한 게 저주받은 라로리 하우스다. 호기심 많은 일부가 이 건물에 관심을 보였는데, 다들 나쁜 일을 겪었다고 전해진다. 이 중엔 할리우드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도 끼어있다. 2007년 라로리 하우스를 사들인 그는 2년 뒤 파산의 아픔을 겪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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