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서양의 기묘한 역사를 논하면서 ‘마녀’를 빼놓을 수 없다. 중세 사람들은 요망한 재주를 부려 사람을 홀린다고 해서 마녀들을 가차 없이 처형했다.
사람들은 마녀로 지목된 여성들을 처형하기 전 재판을 진행했다. 그 유명한 ‘마녀재판’이다. 하지만 끌려나온 여성들은 죄인이 아니었고 마법을 쓰는 마녀는 더더욱 아니었다. 사람들은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죄를 씌울 수밖에 없었다. 별다른 증거 없이 특정인을 죄인으로 몰아가는 상황을 ‘마녀재판’에 비유하는 것만 봐도 중세의 마녀재판이 얼마나 무분별하게 이뤄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어쨌든 마녀를 처형하기 위해서는 구실이 필요했다. 사람들은 억지로 마녀를 판별할 수 있는 사악한 방법을 고안했다. 지금 보면 어처구니없는 이 방법들은 당시 수많은 여성을 극도의 공포 속에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세일럼 마녀재판
이 악명 높은 재판은 1692년 미국 매사추세츠에 자리한 작은 마을 세일럼에서 열렸다. 이해 3월 1일부터 열린 이 무시무시한 재판에서 마을 여성 200명가량이 마녀로 지목됐다. 이 중에는 어린 소녀도 끼어 있었다.
재판 결과에 따라 19명이 잔혹하게 처형됐고 1명이 고문 중 압사했다. 고문을 받고 옥에 갇힌 여성 중 5명이 추가로 사망하면서 마녀재판의 희생자는 총 25명이 됐다.
아무 근거도, 증거도 없이 진행된 이 재판은 역사가 기억하는 마녀재판의 전형으로 꼽힌다. 당시 사람들은 마녀를 판별할 수 있다며 10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①실체 없는 증언들
사람들은 마녀를 지목하기 위해 꿈 이야기를 늘어놨다. 꿈에 특정 여성이 악마의 명을 받아 마법을 부리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둥 터무니없는 꿈 이야기가 그대로 마녀재판의 증거로 채택됐다.
증언은 “문제의 여성은 악마가 변신한 것이다”가 주류를 이뤘다. 현대 재판에서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을 이러한 증언은 “몸에 악마가 들어갔기 때문에 빼내려면 처형해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판결로 이어졌다.
②악마의 표식
사람들은 마녀들이 흑마법 혹은 흑마술을 사용해 돌림병이나 떼죽음을 일으킨다고 믿었다. 흑마법을 사용하는 장면을 봤다는 주장 탓에 잡혀온 여성들은 몸에 ‘죄의 표식’ 또는 ‘악마의 표식’이 있다며 옷을 죄다 벗어야 했다.
사람들은 실오라기 하나 없는 여성의 몸에 있는 흉터를 트집 잡아 악마의 표식이라고 몰아세웠다. 이들의 주장은 완강했고 여성들은 별다른 반론도 하지 못한 채 처형대에 서야 했다.
③마녀의 케이크
부두교를 연구한 학자들에 따르면 부두술사들은 마녀를 판별하기 위해 특별한 케이크를 구웠다. ‘마녀의 케이크’라 불리는 이 물건은 흑마법에 걸린 소녀의 소변을 호밀과 섞어 만들었다.
부두술사들은 마녀로 지목된 여성들이 보는 앞에서 이 케이크를 개에게 먹였다. 이 과정에서 비명을 지르거나 머리를 싸쥐고 괴로워하는 사람이 바로 마녀라는 게 부두술사들의 이야기다.
부두술사들은 마녀가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자신의 일부, 즉 분신을 이용해 흑마법을 거는데, 이 분신은 오직 소변에 닿으면 보인다고 믿었다. 마녀사냥에 나선 사람들은 이를 응용, 소녀의 소변을 이용해 만든 케이크를 개에게 먹이면 마녀는 분신이 잡아먹히는 듯 고통에 시달린다고 여겼다.
물론 이는 터무니없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마녀로 지목된 여성들이 개가 케이크를 먹는 과정에서 작은 기침을 하거나 조금만 찡그려도 곧장 마녀로 몰아 처형했다.
④마녀의 젖꼭지
서양 사람들은 “마녀의 젖꼭지마냥 춥다”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고 한다. 마녀사냥에 혈안이 된 중세 사람들은 마녀의 젖꼭지라는 것을 이용해 수많은 여성을 죽였다.
이들이 말하는 마녀의 젖꼭지는 피부에 난 점이나 사마귀 등이었다. 바늘로 이들을 찔렀을 때 피 한 방울 나지 않거나 전혀 아픔을 느끼지 않으면 마녀라고 몰아세웠다.
문제는 재판관들이 사용한 바늘이었다. 날카로운 바늘이라면 누구나 찔렸을 때 피를 흘렸겠지만 이들은 끝이 뭉툭한 바늘만 골라 썼다. 마녀로 몰린 여성들은 통증을 느끼지 못했고 피도 흘리지 않았다. 이들이 곧장 형장으로 끌려간 것은 당연한 일이다.
⑤고깔모자와 고양이
사람들은 마녀로 지목된 여성들의 집을 수색해 유죄를 입증할 만한 물건들을 찾아냈다. 사람들은 마녀가 마법을 사용할 때 일련의 물건을 사용한다고 믿었다. 이른바 마녀수색이라는 작업을 통해 물건들을 색출해 마녀인지 아닌지 가려냈다.
하지만 이 물건들이라는 것은 너무나 평범한 것들이었다. 인형이나 빗자루, 고깔모자(중세 유럽에서 일상적으로 유행했다), 고양이를 각각 주술용 인형, 하늘을 나는 빗자루, 마법모자, 말하는 고양이로 몰아세웠다. 당시에는 이런 물건들이 모두 마녀를 상징했다.
섬뜩한 마녀재판 이야기 下에서 계속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