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시즘(exorcism), 즉 퇴마의식 중 녹음됐다는 소름끼치는 악령의 소리는 과연 진짜일까.

엑소시즘을 신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악령의 소리는 러시아정교회 퇴마의식 때 녹음된 소녀의 울부짖음이다.

때는 2004년 5월 1일. 당시 16세였던 이 소녀는 귀신이 들렸다는 교회 관계자들의 ‘판정’에 따라 엑소시즘을 받았다.

퇴마의식을 진행할 신부는 소녀를 빛이 은은하게 내리비치는 스테인드글라스 밑 의자에 앉혔다. 소녀의 모친이 뒤에서 강하게 붙잡자 신부는 성경책을 펼쳐들고 의식을 시작했다.

소녀는 의식과 함께 시작된 신부의 낮은 읊조림에 작은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자 소녀는 땅 밑에서 새나오는 것처럼 묵직하고도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나중에는 마치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목사를 향해 알 수 없는 저주를 퍼부었다. 이 소리는 고스란히 녹음됐고 그 일부를 아직도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영화 '엑소시스트' 스틸>

당시 엑소시즘 장면은 1973년 등장한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걸작 영화 ‘엑소시스트(The Exorcist)’를 연상케 한다. 엑소시즘을 거들었던 유진 사프로노프에 따르면 30분가량 계속된 의식은 결국 실패했고, 그 뒤 소녀와 가족은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유진 사프로노프는 당시 러시아정교회의 여러 교구에서 이런 엑소시즘이 널리 진행됐다고 말했다. 신부 등 성직자뿐 아니라 정신과 의사, 과학자도 힘을 보탰다고 한다.

사람 몸에 들어간 악령을 퇴치하는 의식 엑소시즘은 중세 교회를 중심으로 유행했다. 2004년 러시아정교회의 사례처럼 엑소시즘은 과거는 물론 현대에도 행해진다. 한쪽에선 엑소시즘 자체를 과학적으로 해석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일부 학자들은 엑소시즘의 대상자들이 투렛증후군(tourette syndrome), 즉 틱장애 내지는 정신분열증(schizophrenia), 간질 환자들이라고 주장한다. 환자들이 엑소시스트(퇴마사)의 목소리 등에 혼란을 느껴 극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퇴마의 과정처럼 포장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엑소시스트들은 엑소시즘 도중 발생하는 소리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악령의 소리라고 주장한다. 사람의 몸에 들어간 악령이 엑소시스트의 퇴마 의식에 저항해 퍼붓는 입에 담지 못할 저주들이라는 이야기다.

2004년 바티칸은 엑소시즘 전문가 양성기관을 정식 개설했다. 이 무렵 이탈리아에서 악마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기이한 현상들이 급증했는데, 이를 처리할 인력이 부족해 아예 기관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엑소시스트 기근현상은 특히 미국에서 두드려졌다. 영화 ‘엑소시스트’의 모티브가 된 1949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퇴마의식에 참여했던 월터 할로란 신부가 2005년 5월1일 세상을 떠나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악마들의 세력이 훨씬 강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월터 할로란은 당시 퇴마의식에 참여한 신부 중 가장 마지막까지 생존한 인물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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