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을 쓰지 않고도 해충을 퇴치하는 곤충병원성 선충(Steinernema carpocapsae)의 신종이 발견됐다. 곤충병원성 선충은 벌레에 기생해 치명적 패혈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친환경 농약으로 인식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UC 리버사이드) 선충학자 아들러 딜먼 교수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곤충병원성 선충 신종 스테이너네마 아담시(Steinernema adamsi)를 소개했다.
신종 곤충병원성 선충은 기존 무리가 적응하지 못하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잘 견딘다. 연구팀은 이런 점에서 신종이 아열대 기후에 나타나는 여러 해충으로부터 작물을 지킬 것으로 기대했다.
아들러 교수는 “원래 곤충병원성 선충들은 식물에 붙는 해충에 기생해 죽게 하고 인간과 같은 동물에게는 무해해 농약 대신 활용돼 왔다”며 “아열대 기후에서 잘 사는 종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신종은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곤충병원성 선충은 100가지 이상으로 추측된다. 특정 기후나 숙주로 삼는 곤충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스테이너네마 아담시는 연구팀이 태국에서 공수한 곤충병원성 선충 표본의 DNA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길이 1㎜ 미만에 굵기도 사람 머리카락 절반 정도지만 살충 활성이 아주 뛰어나다.
연구팀에 따르면, 스테이너네마 아담시는 유충일 때 흙 속에서 생활하다 발육이 거의 멈춘 상태로 시간을 보낸다. 이후 감염시킬 곤충을 찾아 땅속을 헤매고, 적당한 대상을 발견하면 입 또는 기문이나 항문을 통해 침입한다. 이후 고병원성 세균을 배설하는데, 48시간 이내에 숙주를 녹여 죽인다.
아들러 교수는 “신종은 번식력이 뛰어나 숙주에 10~15마리가 감염될 경우 열흘 뒤면 8만 마리의 새로운 선충이 새로운 희생자를 찾을 것”이라며 “신종은 극소수의 기생만으로 이틀 만에 나방을 죽일 수 있으며, 곤충병원성 선충에서 이만한 살충력을 가진 종은 없다”고 설명했다.
학계는 스테이너네마 아담시가 동물에 대부분 유해한 농약을 대체할 곤충병원성 선충 연구를 크게 앞당길 것으로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