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속 장면에 맞춰 냄새를 재현하는 디지털 기술이 일본에서 개발됐다. 냄새를 현실처럼 구현하는 기술은 극장의 4D 상영관에 이미 도입됐지만 다양한 냄새를 실시간 표현하는 데는 아직 한계가 있다.

일본 오사카대학교 출신 학자들이 설립한 벤처 기업 코미학코(香味醗酵)는 15일 공식 채널을 통해 냄새에 대한 인간의 후각수용체 반응을 빛의 강약으로 파악하는 디지털 기술을 선보였다.

신기술은 TV 화면 속 냄새를 멀리 떨어진 곳에 전달하기 위해 개발됐다. 코미학코는 인간의 코가 냄새를 느끼는 구조를 센서로 재현하고 각 냄새를 수치화해 최대한 실제 같은 냄새를 재현했다.

드라마 등 영상물 속 냄새를 디지털화해 안방에 전송하는 기술이 일본에서 개발됐다. <사진=pixabay>

관련 기술로 국제 특허를 여럿 따낸 이 회사는 디지털 냄새 재현 기술이 영상 소비자의 새로운 경험은 물론 치매의 조기 발견, 냄새 없는 탈취제 개발에 응용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코미학코 쿠보 켄지(57) 대표는 “사람의 코 점막에는 냄새 성분과 결합해 정보를 뇌에 전하는 후각수용체가 약 400개 분포한다”며 “우리 기술은 콧속의 어떤 수용체가 어떤 냄새에 반응하는지 시각적으로 포착해 수치화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냄새 성분이 수용체에 연결되면 세포 내로 이온이 유입되는데, 해당 이온에 형광색을 입혀 반응의 강도를 가시화했다”며 “반응이 강하면 유입되는 이온이 많아 밝아지고 약하면 이온이 적어 빛도 희미하다”고 덧붙였다.

냄새를 수치화하기 위해 후각수용체의 반응을 빛의 강약으로 표시한 화면 <사진=오사카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물론 이번 기술이 모든 냄새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실제 느끼는 냄새의 성분은 약 40만 가지나 되는데, 현재 기술로는 모든 냄새를 감지할 센서 같은 장치를 만들 수 없다.

코미학코는 가능한 사실적인 냄새를 만들도록 각 데이터를 최적으로 조합했다. 예컨대 돼지고기 굽는 냄새에 사람의 후각수용체 20개가 반응한다면, 각 수용체 반응의 평균값을 알아내 이를 5개로 줄이는 식이다. 비록 100% 같지 않지만 쉽게 구분할 수 없는 수준까지 비슷한 냄새를 만들었다는 게 회사 입장이다.

쿠보 켄지 대표는 “냄새는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는 단서이기도 하다. 인간이 냄새를 느낄 때 작용하는 특정 후각수용체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우리 기술은 인체에 무해하고 냄새도 나지 않는 탈취제 개발에도 응용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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