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지막 순간, 의식마저 잃어버린 사람은 과연 사랑하는 이들의 마지막 인사를 들을 수 있을까. 많은 학자들이 의문을 제기했던 이 해묵은 과제를 해결할 중요한 실마리가 최근 캐나다 대학 연구결과 나왔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로렌스 M. 워드 박사는 최근 실험 결과 사람은 죽을 때 생전의 감각을 모두 잃지만, 오직 청각은 숨이 멎는 순간까지 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제적 명성의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도 실린 박사의 실험결과는 소리의 변화를 감지할 때 인간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포인트를 뒀다. 

박사에 따르면 사람의 뇌는 소리의 변화를 감지할 때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하나는 미스매치 음성반응(MMN, The mistmatch negativity)으로, 뇌 신호의 급격한 저하가 관찰된다. 다른 하나는 'P300컴플렉스'라는 뇌 신호의 급격한 상승이다. 이는 다시 'P3a'와 'P3b'로 구분된다. 전자는 소리의 변화를 귀가 감지한 뒤 200~300ms(millisecond, 1000분의 1초) 후에, 후자는 300ms 뒤에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MMN과 P3a는 무의식 속에 벌어진다. 즉,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귀에 들어온 소리에 대한 뇌 반응이다. 이와 달리 P3b는 작업 기억(working memory) 반응이다. 작업 기억이란 귀 등 감각기관을 통해 입력된 정보를 단기적으로 기억하며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조작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영화 '엔딩노트' 스틸>

그럼 사람이 생명을 다해 의식이 없어질 경우 청각반응이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될까. 워드 박사의 연구팀은 가족의 동의 하에 의식이 없는 호스피스 병동 환자에 대해 다섯 가지 음으로만 구성된 음악을 들려주고 뇌 활동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같은 음이 반복되는 가운데, 이따금 음색이나 패턴에만 변화를 준 곡을 실험에 사용했다. 정상인이 들으면 MMN 또는 P3a 반응이 감지되는 곡이다. 의식이 없는 호스피스 병동 환자라면 상식적으로 두 반응이 감지되지 않아야 하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에 대해 워드 박사는 "사람의 청각이 죽기 직전까지 남는다는 것을 실험 결과 알아낸 것"이라며 "의식이 없는 환자의 청각 일부는 정상에 가까운 기능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는 단순히 소리를 듣는 것인지, 아니면 그 내용까지 이해한 것인지다.  우리가 소리를 듣는 것과 그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과연 숨지기 직전의 사람들은 지인들의 마지막 인사를 듣고 이해할 수 있을까.

<사진=영화 '굿바이' 스틸>

워드 박사는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실험에 참여한 호스피스 환자 5명 중 2명에게서 P3b 반응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박사는 "사람들이 건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가능성이 있음을 표시하는 것"이라며 "다만 아직은 가설 수준으로, 이를 완벽히 증명하려면 시행착오를 거쳐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사에 따르면, 소리의 패턴과 변화에 대한 일련의 반응은 이미 대화의 능력을 상실한 중증 환자들의 뇌만은 소리에 반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워드 박사는 "물론 실험 내용만 가지고 죽어가는 사람이 마지막 인사를 듣는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애당초 이번 실험은 고차원적 결과를 얻기 위해 기획된 것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현 단계에서는 사람이 의식을 잃더라도 지인들의 마지막 인사는 뇌의 어딘가에 닿아 반응할 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완벽하진 않지만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 사랑하는 이들의 인사를 들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보여준 의미있는 실험"이라고 자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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