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30년 전 발굴된 캐년 디아블로 운석에서 독특한 구조의 다이아몬드가 발견됐다. 학계는 초고속 충전 등 첨단 기술에 응용할 가능성을 기대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최근 논문에서 미국 애리조나 코코니노에 형성된 배린저 운석공(Barringer impact crater)을 만든 일명 캐년 디아블로 운석군에서 희한한 다이아몬드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캐년 디아블로 운석군 분석 중 고강도계 탄소섬유의 하나인 그래파이트(graphite)와 다이아몬드가 결합된 광석을 발견했다. 일반 다이아몬드의 구조와 판이하게 다른 이 광석은 초고속 충전이나 새로운 특성을 갖춘 전자기기 등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이 다이아몬드의 결정 구조는 육각형이다. 일반적으로 다이아몬드는 탄소 원자가 입방체에 늘어선 구조로 지표면 150㎞ 아래 1000℃ 넘는 고온에서 형성된다.

연구팀 관계자는 “캐년 디아블로 운석 내부의 다이아몬드는 육각형 결정구조를 가진 탄소의 동소체”라며 “론즈데이라이트(Lonsdaleite)라는 이 육각형 다이아몬드는 대개 초고압·초고온에서만 형성되는 희귀한 광물”이라고 전했다.

미국 애리조나의 배린저 운석공 <사진=AZFamily 3TV and CBS 5 News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How Arizona's meteor crater was created' 캡처>

이어 “화약과 압축공기를 사용해 그래파이트 원반을 시속 2만4100㎞로 벽에 충돌시켜 인공 론즈데이라이트를 만들어낼 수는 있다”면서도 “이는 이론일 뿐이며, 보통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와 지구에 충돌한 운석 안에서 희귀하게 형성된다”고 덧붙였다.

론즈데이라이트는 육방정계 결정 구조를 가지는 탄소 동소체다. 결정 구조를 따 육방정 다이아몬드(Hexagonal diamond)라고도 부른다. 론즈데이라이트는 결정학자 캐슬린 론즈데일에서 유래했다.

이 다이아몬드는 운석이 지구에 충돌할 때 거대한 열과 압력에 의해 운석 중 그래파이트 구조가 변화하며 생성된다. 론즈데이라이트는 배린저 운석공을 만든 운석의 일부인 캐년 디아블로 운석군에서 1967년 처음 발견됐다. 러시아 퉁구스카 대폭발 현장에서도 미미하나마 그 존재가 보고됐다.

연구팀은 이번에 특정한 론즈데이라이트에 그래핀(graphene)이 결합된 점에 주목했다. 그냥 육각형 구조가 아니라 그래핀이라는 탄소계 물질이 다이아몬드에 결합됐다. 다이아파이트(diaphite)라고 불리는 이 물질은 운석 내부에서 층상 패턴을 형성하지만 층과 층 사이는 완전히 나열돼 있지 않다. 이를 ‘적층 결함’이라고 한다.

다이아파이트 형성과 관련, 연구팀은 다른 탄소질 재료에서도 같은 것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봤다. 다이아몬드에 결합된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원자 1개 두께로 육각형으로 늘어선 시트 형태로 깃털처럼 가볍고 다이아몬드처럼 강했다.

꿈의 소재로 불리는 그래핀 <사진=pixabay>

꿈의 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은 전기·열 모두 높은 전도성을 자랑하며 두께는 머리카락의 100만 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런 특성으로 초정밀 웨어러블 기기나 의료장비 등 여러 분야에 응용이 기대된다.

특히 이번에 다이아몬드 속에서 확인된 그래핀은 그 형성 과정을 알아내 인공 형성 방법을 찾을지 모른다고 연구팀은 내다봤다. 최소한 다이아파이트 구조가 생기는 압력과 온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단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배린저 운석공은 미국 애리조나 캐년 다이아블로 사막에 자리한 직경 1.2㎞, 깊이 170m 규모의 크레이터다. 운석군이 충돌하면서 생성됐으며 그 시기는 약 5만년 전으로 추측된다.

크레이터를 조사한 지질학자들은 8㎞ 이내 지점에서 엄청나게 많은 운철을 발견했다. 시추 결과 철과 니켈의 혼합산화물이 풍부하게 널려있었다. 이외에 다양한 성질을 가진 운석이 발견됐는데, 이들을 캐년 디아블로 운석군이라고 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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