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한 초신성의 빛이 일정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밝아지는 현상이 밀리파를 통해 처음으로 관측됐다.

일본 교토대학교 및 오사카대학교, 국립천문대(NAOJ), 유럽남천천문대(ESO) 공동 연구팀은 8일 공개한 논문에서 2018년 발견된 초신성 ‘SN 2018ivc’가 폭발 후 약 1년 뒤 다시 밝아지는 상황을 밀리파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는 대질량 천체의 진화 과정을 깊이 이해할 계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초신성은 태양의 8배 이상 질량을 가진 대질량 별 또는 백색왜성을 포함한 연성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폭발이다. 대질량 천체가 일으키는 폭발을 ‘II형 초신성’이라고 부른다.

초신성 폭발로 방출된 잔해들이 항성을 둘러싼 가스에 충돌해 전파 방사를 일으키는 상상도 <사진=교토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대질량 별의 대부분은 연성을 이루며, 동반성과 상호작용에 의해 주성에서 떨어져 나온 가스는 연성 주위로 흩어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초신성 폭발로 흩어진 항성의 잔해는 광속의 약 10% 속도로 주위로 팽창하며, 항성 주위의 가스에 충돌하면서 전파 방사(싱크로트론 방사)를 일으킨다.

연구팀은 이때 방사되는 전파의 강도나 시간 변화를 바탕으로 주위 가스의 성질을 알아낼 수 있다면 가스를 방출한 항성의 진화 과정을 가늠할 수 있다고 봤다.

이 가설을 뒷받침할 천체로 연구팀이 지목한 것이 II형 초신성 ‘SN 2018ivc’다. 이 초신성은 연구팀이 지난 2018년 칠레 전파망원경군 알마(ALMA)를 활용, 고래자리 쪽으로 약 3300만 광년 떨어진 나선은하 ‘M77’에서 발견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가시광선으로 포착한 'SN 2018ivc'(왼쪽) 및 알마가 밀리파로 포착한 'SN 2018ivc'(오른쪽). 위는 폭발 약 200일 후, 아래는 폭발 약 1000후 광량을 나타낸다. 알마는 이 초신성의 폭발 후 약 300~500일 후 시작된 증광을 명확하게 포착해냈다. <사진=교토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알마의 밀리파를 활용한 초신성 추적 관찰에서 연구팀은 광량이 폭발 후 약 200일 후 줄었다가 1년 뒤부터 다시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초신성 광량이 이런 식으로 변화하는 것을 밀리파를 통해 관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관계자는 “알마가 포착한 증광은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 항성을 둘러싼 가스에 잔해가 닿으며 발생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증광 규모나 시간 변화를 이론상 예측과 비교했더니 연성 상호작용에 의한 초신성 폭발 약 1500년 전 벗겨진 대량의 가스가 초신성 폭발 발생 지점에서 약 0.1광년 떨어진 곳에 짙게 분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성이 아닌 천체 또는 연성이더라도 각 별이 멀리 떨어진 경우, 대질량 별은 연성 상호작용의 영향을 받지 않고 단독 진화한다. 또 서로 가까운 연성은 폭발 훨씬 전에 연성 상호작용에 따라 대질량 별이 조용하게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다. 다만 그 중간에 해당하는 진화 경로를 밟는 천체들은 지금까지 관측된 적이 없어 이해가 불가능했다.

천문학자들은 대질량 별이 이런 진화 과정을 거쳐 폭발하고, 그 잔해가 주성에서 흘러나온 가스와 닿아 전파 방사를 일으키는 과정을 위 동영상과 같이 예상해 왔다.

조사 관계자는 “‘SN 2018ivc’의 경우 연성 상호작용으로 많은 가스가 방출된 직후 초신성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즉 이번 연구 성과는 대질량 천체의 진화에서 체계적인 이해가 부족했던 부분을 메워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가능하게 해준 알마 전파망원경군을 활용, 향후 초신성 폭발이나 중성자별 합체 등 돌발적으로 벌어지는 천문 이벤트 관측에서 유의미한 성과들이 더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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