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맨해튼 면적의 우주 도시를 '값싸게' 건설하는 구상이 공개됐다. 우주 환경에 맞춘 자재를 만들어 달이나 화성까지 옮기는 대신, 지구 밖에 널린 소행성을 그대로 활용하는 아이디어에 관심이 쏠렸다.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연구팀은 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주 공간에 인간의 미래 거주지를 건설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다. 소행성 자체를 활용하면 지구로부터 부피가 큰 자재를 일일이 옮길 필요가 없다는 게 연구팀이 떠올린 안의 핵심이다.
학자들은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의 우주 거주지를 고안해 왔다. 일본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의 스페이스 콜로니 등 근미래 우주를 다룬 콘텐츠에도 과학적 사실과 상상력을 결합한 우주 거주시설이 등장한다.
특히 유명한 것은 미국 물리학자 제러드 오닐이 제안한 '오닐 실린더(O'Neill cylinder)'다. 원통형 구조물을 회전시켜 내부에 인공 중력을 만들고 사람들이 살 거주지를 조성하는 이 아이디어는 지금도 획기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티타늄이나 알루미늄 등 머나먼 우주로 운반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여기서 연구팀이 떠올린 것은 소행성이다. 소행성은 약 46억 년 전 태양계가 탄생할 때 행성이 완성되고 남은 부스러기다. 현재 태양계에만 수많은 소행성이 떠돌고 있는데, 폭이 1.6㎞가량인 제법 큰 소행성만 해도 약 1000개로 추산된다.
소행성을 인간의 우주 거주지 자재로 활용하는 제안은 이전부터 이어졌다. 오스트리아 빈대학교는 아예 소행성에 우주 도시를 조성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로체스터대학교 연구팀은 이 아이디어를 보다 발전시켜, 소행성 하나를 통째로 우주 기지화하는 생각을 떠올렸다.
연구팀 관계자는 "대부분의 소행성은 단단한 바위가 아니라 암석 부스러기가 비교적 약하게 결합된 돌무더기 천체라는 사실이 류구나 베누 탐사에서 드러났다"며 "인공 중력을 만들기 위해 소행성을 회전하는 것은 기발한 생각이지만 원심력을 견딜 만큼 강성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인공 중력을 감안할 때 우주 거주지가 '오닐 실린더' 같은 원통형이 적합하다는 중간 결론을 내렸다. 응집력이 약한 소행성의 특성상 탄소 나노섬유 같은 고강도 소재로 소행성 전체를 감싸면 인간이 머물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안에 대해 연구팀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으로 소행성을 회전시키면 원심력에 의해 소행성 돌 부스러기들이 바깥쪽으로 확산할 텐데, 겉면을 고강도 소재로 감싸면 우주로 흩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암석 덩어리로 구성된 외부는 훌륭한 벽이 될 뿐만 아니라 우주 방사선을 막는 방패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행성 베누를 대입한 시뮬레이션 결과, 신축성 있는 고강도 소재로 감싼 소행성이 회전하게 되면 길이 약 3㎞, 두께 약 2m의 원통형 벽이 형성됐다. 거주 공간이 되는 벽 안쪽 면적은 약 56㎢로, 순수한 토지만 따졌을 때 미국 맨해튼과 비슷했다.
연구팀은 이번 구상이 이론에 불과하며, 우주 도시를 건설할 구체적인 기술이 실존하지 않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인간의 우주 진출이 먼 미래의 일은 결코 아니며, 기술의 발달에 맞춰 인류가 살기 적합한 우주 도시의 모델은 끊임없이 연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