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 현장서 방사선을 견디고 자란 버섯이 인류의 우주개척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과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연구 결과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 채취한 버섯이 우주공간의 방사선 흡수효과를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연구논문은 바이오아카이브(bioRxiv) 최신호에도 소개됐다.

이 버섯은 1986년 4월 26일 대폭발을 일으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에 붙어 살았다. 당시 폭발이 발전소의 수많은 생명체를 말살했고, 학자들은 수 십년간 아무 생명체도 살 수 없으리라고 장담했다. 실제로 강력한 방사선이 이곳을 수 십년 죽음의 땅으로 만들었지만 이 버섯은 방사선을 양분 삼아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체르노빌 원전폭발사고를 다룬 드라마 중에서 <사진=HBO '체르노빌' 스틸>

원래 이 버섯은 사고로부터 5년 뒤인 지난 1991년 원자로 벽면에서 탐사팀에 의해 채취됐다. 흔하디 흔한 진균의 하나인 클라도스포리움(Cladosporium)의 일종이었다. 학자들은 클라도스포리움 스패로스페르뭄(Cladosporium sphaerospermum)이란 이름을 붙였다.

버섯에는 인간의 피부를 검게 하는 색소 멜라닌이 다량 포함돼 있었다. 방사선을 먹이 삼아 자라난 이 끈질긴 버섯에 대한 연구는 30여년이나 계속됐고, 마침내 존스홉킨스 의과대학과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은 방사선 흡수효과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버섯이 가진 멜라닌이 유해한 방사선을 흡수, 이를 화학에너지로 변환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식물이 광합성에 따라 이산화탄소와 엽록소를 산소와 포도당류로 바꾸는 것과 원리는 비슷했다. 이 일종의 방사선합성을 활용하면 우주공간에 머무는 작업자를 우주방사선, 흔히 말하는 우주선(宇宙線)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두 대학 연구팀은 이 버섯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내 우주공간에서 실험 중이다. 현재까지 이 버섯을 사용해 ISS에 내리쬐는 우주선의 2%를 막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고작 2%라고 할 수 있으나, 21cm 버섯층을 만들면 화성 등으로 향하는 우주비행사를 우주선으로부터 충분히 보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탠퍼드대학 연구팀 관계자는 "이 버섯은 단 몇 g만 가지고도 대단한 방사선 흡수효과를 볼 수 있다"며 "인류가 장래에 화성탐사에 나설 때 노출될 우주방사선을 막아줄 귀중한 열쇠가 죽음의 땅 체르노빌에서 발견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항공우주국(NASA) 역시 두 대학의 실험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버섯과 관련, NASA 관계자는 "우주뿐 아니라 활용범위가 굉장히 넓다. 버섯을 약품에 응용하면, 강력한 자외선에서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특히 방사능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을 예기치않은 피폭으로부터 보호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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