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수민족 인권유린 논란으로 보이콧 사태를 맞은 '뮬란'이 정작 본토에서도 외면 받고 있다.
14일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지난 11일 중국에서 개봉한 디즈니 영화 '뮬란'은 그간 대대적으로 이뤄진 홍보에 비해 기대이하의 흥행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박스오피스 모조 차트를 보면, 개봉일인 11일 기준 '뮬란'의 중국 전토 흥행수입은 4800만 위안(약 83억2000만원)이다. 당초 1억 위안(약 173억3500만원)을 기대했던 디즈니로서는 반토막난 성적표를 받고 말았다. 13일 기준 흥행랭킹 1위를 달리고는 있지만 사흘간 총 흥행수입은 1억2255만 위안(약 212억4800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같이 극장에 걸려있는 애국주의 전쟁영화 '빠바이(八佰)'의 개봉 첫날 수익 1억4000만 위안(약 242억6900만원)에도 못 미친다.
'뮬란'은 지난 7월 중국 정부의 영화관 영업재개 결정 이래 '빠바이'와 더불어 가장 화제를 모은 대작이다. 자국 배우 리우페이(유역비)가 주연으로 출연한 데다 리롄제(이연걸), 전쯔단(견자단), 궁리(공리) 등 연기파가 총출동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 차례나 개봉이 연기된 터라 팬들의 관심도 쏠렸다.
영화 '뮬란'의 흥행 저조는 최근 신장위구르자치구 논란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디즈니는 영화 '뮬란'의 엔딩크래딧에 촬영에 협조했다며 신장지구 중국 관할기관에 대한 감사 멘트를 적어넣었다. 총인구 2500만명인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중국 성급 행정구역 중 인구가 가장 많고 면적도 제일 크다. 주된 종교는 이슬람교인데, 중국 정부는 이들의 종교는 물론 문화나 생활 전반에 걸쳐 탄압에 가까운 정책을 펴왔다.
중국 정부는 소수민족에 대해 일명 '한화정책'을 쓴다. 이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일가친(一家親)이다. 중국공산당 간부가 2개월마다 일주일 이상 위구르족 무슬림 가정에 살아야하는 황당한 정책이다. 교화를 내세웠으나 주된 목적은 감시다. 현지 여성 성희롱 등 부작용도 드러났으나 중국정부는 이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신장위구르자치구 전 차량의 위성항법장치(GPS) 의무 장착이나 여행통제도 여전하다.
알 사람은 다 아는 유역비의 언행 역시 '뮬란'의 흥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유역비는 홍콩시위가 격화될 당시 시위대를 잡아들인 홍콩경찰을 두둔하는 글을 SNS에 올려 뭇매를 맞았다. 유역비는 이전에도 인터뷰 도중 '중화사상'을 자주 언급한 골수 친중행보로 유명하다.
중국 관객마저 '뮬란'을 외면하는 이유는 또 있다. 영화 속 묘사가 역사적 사실과 판이하다는 비판이 중국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는 뮬란의 시대적 배경이 북위(386~534년)인데도 송나라(960~1279년) 토루(민가의 형태)가 등장하며, 원나라(1271~1368년)에 완성된 태극권이 극중에 사용된 데 대한 의문이 쏟아진다. 서구와 중국의 문화가 짬뽕이 된 무대의상도 어색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