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의 오랜 숙제 중 하나인 성욕 관련 미스터리 하나가 풀렸다. 리비도(Libido), 즉 성적 본능 또는 성적 충동 발현의 매커니즘 연구 결과 남성 성욕과 관련된 유전자가 특정됐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쥐를 동원한 실험에서 'Cyp19a1' 유전자가 수컷의 성적 행동을 좌우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일반적으로 남녀의 성욕은 다양한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흔히 남성의 성욕은 빨리 달아올랐다 쉽게 꺼져버리며, 여성의 성욕은 그 반대로 인식된다. 또 남성의 성욕은 시각적으로 강하게 자극되는 데 비해 여성의 경우 감각적 자극에 보다 민감하다. 나이대별 성욕 역시 개인차는 있지만 남성이 젊은 시기에 왕성해지는 반면 여성은 40대 전후에 정점을 찍는 것으로 의학계는 보고 있다. 

이번에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팀이 발견한 'Cyp19a1' 유전자는 원래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androgen)과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estrogen)의 대사와 관련 있는 것으로만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남성 성욕을 관장하는 효소인 아로마타제(aromatase)의 정체를 따라가던 중 이 유전자에 주목했다. 방향화효소(芳香化酵素)로도 불리는 아로마타제는 에스트로겐 합성의 중요한 단계를 담당한다. 쉽게 말해 아로마타제는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나 안드로겐 같은 남성 호르몬을 에스트로겐으로 변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참고로 방향화효소 겹핍증은 'Cyp19a1' 유전자가 변이하면서 발병한다.

이 아로마타제는 일종의 촉매제 열할을 해 테스토스테론이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일종인 에스트라디올(estradiol)로 전환되도록 돕는다. 여기서 형성되는 이 에스트라디올이 바로 수컷의 성적 행동을 좌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스트라디올은 명칭에서 나타나듯 주로 여성 신체에 존재하는 성호르몬이다. 에스트로겐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대표적인 호르몬으로, 남성의 경우 테스토스테론의 대사산물로 생성된다.

남녀의 성도착을 신랄하게 그린 영화 '님포매니악 볼륨1'. 샤를로뜨 갱스부르 외에 우마 서먼과 샤이아 라보프, 윌렘 대포와 크리스찬 슬레이터 등 대배우들이 참여했다. 샤이아 라보프의 입에 달린 건 담배이니 오해들 마시길 <사진=영화 '님포매니악 볼륨1' 포스터>

학계는 수컷을 거세할 경우 성욕이 떨어지는 현상을 통해 고환에 존재하는 아로마타제가 성욕을 촉진하는 것으로 여겼다. 사실 이 아로마타제는 고환 외에 뇌에도 존재하는데, 그 역할에 대해 학계에 딱히 보고된 내용이 아직 없었다.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은 뇌 속의 아로마타제가 남성 성욕을 제어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용 쥐의 'Cyp19a1'을 조작했다. 실험을 위해 뇌와 고환의 아로마타제를 제거한 수컷을 임의로 만들어내고 성적 행동을 일반 수컷과 비교했다.

뇌와 고환에 아로마타제가 없는 수컷 쥐들은 배란 중인 암컷을 보고도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고환에만 아로마타제가 있는 수컷의 경우 암컷 위에 올라타 교미를 시도하려는 비율이 보통 수컷의 절반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연구팀은 수컷의 뇌 속 아로마타제 역시 성욕을 발생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로마타제를 만드는 'Cyp19a1'은 고환과 뇌에서 발현되는데, 즉 고환뿐만 아니라 뇌 역시 모두 수컷의 성욕 발동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사실 하나. 역사를 보면 우리나라나 중국 궁중에서는 거세한 남성들을 내관으로 발탁했는데, 이번 연구결과를 보면, 내관의 성욕을 원천 차단하려면 거세뿐 아니라 참수까지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결과가 성욕이 샘솟는 색정증(erotomania)이나 반대로 성욕이 전혀 생기지 않는 성욕장애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남성 색정증(satyriasis)은 물론 여성 색정증(nymphomaniac) 억제를 위한 연구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이와 관련, 연구팀 관계자는 "뇌내 아로마타제 분비를 저해하거나 촉진함으로써 지나치게 성욕이 강하거나 부족한 치료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기존 성욕장애 치료약은 전신의 아로마타제를 저해하는 탓에 부작용도 많았지만 그 효과를 뇌에 국한하면 부작용이 보다 적은 치료가 실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스웨스턴대 연구팀 실험 결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엔도크리놀로지(Endocrinology)에도 소개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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