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숲 속 생활을 보장했던 중국의 친환경 아파트가 폐가 처지에 놓였다. 각 가구에 아름다운 정원을 만드는 등 단지 전체를 녹색으로 꾸미는 콘셉트는 좋았지만 관리가 안 된 탓에 벌레가 꼬여 주민들이 모두 떠나버렸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최근 기사를 통해 쓰촨성 청두에 건립된 친환경 아파트의 흉측한 현재를 조명했다. 총 8개동 826가구로 구성된 이 아파트는 도시에서도 삼림의 싱그러움을 만끽할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다.

2018년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 아파트는 하나부터 열까지 녹색을 강조했다. 대도시 속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녹색 식물의 힐링을 선사한다는 것이 캐치 프레이즈. 각 방 베란다에 아름다운 정원을 조성하고, 단지 어딜 가도 푸른 숲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게 건설사 설명이었다.

문제의 아파트 <사진=유튜브 채널 CGTN(중국국제텔레비전) 영상 'Plant-covered Chinese apartment buildings' 캡처>

이 아파트는 비록 시범 모델이었지만 분양이 순식간에 마감됐다. 올해 4월 입주가 시작됐고, 사람들은 광고처럼 사방이 녹색 식물인 아파트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중국의 대기오염에 질린 주민들은 아파트에서 숲 속 생활을 오래 계속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식물이 너무 빠른 속도로 자라났고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전 가구의 방마다 식물을 재배하는 공간으로 구성되고 이를 관리할 전문가가 없다 보니 얼마 안 가 아파트 전체가 밀림처럼 변해버렸다.  

아파트가 온통 녹색으로 뒤덮이자 사람들은 슬슬 불안해졌다. 식물이 무성하게 자라 건물 틈마다 나뭇가지가 비집고 나오기 시작했다. 전체 8개동 모두 나무며 화초로 뒤덮이다 보니 설상가상으로 벌레들의 습격이 시작됐다. 가장 골치아픈 벌레는 모기였다. 

결국 모기떼에 두손 두발 다 든 주민들은 썰물처럼 아파트를 떠나버렸다. 현재 이 아파트에는 816가구가 이사하고 열 가구만이 남아 생활하고 있다. 그나마 남은 가구도 이사를 예정하고 있어, 조만간 이 실험적인 녹색 아파트는 공포영화의 세트처럼 변하리라는 게 환구시보 설명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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