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과 고기를 동시에 섭취할 수 있는 세포 배양 하이브리드 쌀이 개발됐다. 가축을 키울 때 발생하는 대량의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연세대학교 연구팀은 14일 국제 학술지 매터(Matter)에 공개된 실험 보고서에서 찰밥을 연상시키는 분홍색 하이브리드 쌀을 소개했다. 쇠고기 세포를 융합한 덕에 단백질 및 지질 함량이 높은 이 쌀은 가축을 키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크게 줄였다.

연구팀은 쌀알에 소의 세포를 배양하면 곡물과 고기를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다고 보고 실험을 거듭했다. 이렇게 완성된 하이브리드 쌀은 밥 만으로 기본적인 영양소를 챙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인 만큼 지구에도 이롭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쌀알의 다공질 구조에 착안, 소의 세포를 붙여 배양한 하이브리드 쌀. 간편식이나 전투식량, 우주식 등으로 활용이 기대된다. <사진=연세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일반적으로 생물의 세포는 성장해 다양한 조직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에 착안한 세포 배양육 연구가 현재 활발한데, 연구팀은 소 세포를 쌀에 접목하면 식량난에 대비하거나 간편식 개발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생체분자공학자 박소현 박사는 "하이브리드 쌀은 쌀의 다공질 구조에 소의 줄기세포를 붙인 것"이라며 "소의 세포가 쌀에 제대로 달라붙어 성장하도록 하고, 세포 물질도 많이 늘리기 위해 식용 젤라틴과 식품 효소로 쌀알을 코팅했다"고 전했다.

이어 "소의 힘줄·지방 줄기세포를 붙인 쌀알을 9~11일 배양한 결과, 소의 단백질 및 지질이 함유돼 쌀의 기본적인 영양소 함량이 변화했다"며 "식감은 일반 쌀보다 질기지만 쌀 하나로는 얻기 어려운 영양소를 챙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 쌀로 만든 밥(왼쪽) 및 하이브리드 쌀밥의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 함량. 연구팀은 쌀 만으로 얻기 부족한 영양소의 함량을 더 높일 계획이다. <사진=연세대학교·매터(Matter) 공식 홈페이지>

쌀은 약 80%가 전분이고 나머지 20%가 단백질이다. 주식으로서 뛰어난 성분비인데, 하이브리드 쌀은 단백질이 28%, 지질이 7% 정도다. 소고기 근육과 지방 덕분에 풍미도 일반 쌀과 약간 다르다.

연구팀은 이 쌀이 뭣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소나 돼지, 닭 등 가축을 키우기 위해서는 엄청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소의 경우 단백질 100g 당 49.89㎏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계산이 가능한데, 하이브리드 쌀은 8부의 1인 6.27㎏까지 줄어든다. 판매 가격도 ㎏ 당 쇠고기의 15% 정도로 저렴하다.

곡물을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식품의 가능성은 전부터 학자들이 제기해 왔으며, 하이브리드 쌀을 시작으로 다른 신개발품이 등장할 전망이다. 연세대 연구팀은 하이브리드 쌀의 생산 시간을 더 줄이고, 세포 물질로부터 얻는 영양소 함량의 극대화 방법을 모색할 방침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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