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에 자리한 고대 중동의 대도시가 ‘퉁구스카 대폭발’ 같은 소행성 충돌로 파괴됐을 가능성이 최근 연구 결과 제기됐다. 신의 노여움을 받아 유황불에 멸망한 구약성서 속 소돔이 이를 모티브로 했다는 흥미로운 주장도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은 요르단 유적 ‘톨 엘 함맘(Tall el-Hammam)’에 대한 최근 발굴 조사 논문에서 고대에 번성한 이 도시가 시베리아 퉁구스카 대폭발과 같은 에어버스트(공중 폭발)로 멸망했다고 결론 내렸다.

퉁구스카 대폭발은 1908년 6월 30일 오전 7시17분경 러시아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지방 포트카멘나야 퉁구스카 강 유역 밀림에서 발생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대규모 공중 폭발로 일대가 쑥대밭이 됐는데, 한참 세월이 지난 뒤 원인이 석질 소행성의 공중 폭발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톨 엘 함맘을 일순간에 날려버린 에어버스트의 규모가 퉁구스카 대폭발을 능가할 정도라고 추정했다. 도시를 파괴한 것에 그치지 않고 주변의 비옥한 토지에 심각한 염해를 초래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요르단의 고대 도시 톨 엘 함만의 지리적 위치(위)와 현재 남은 유적 <사진=캘리포니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네이처>

톨 엘 함맘은 사해의 북동쪽, 요르단 계곡 남부의 고지대에 있는 대규모 유적이다. 소아시아와 고대 시리아의 지중해 연안 지방인 레반트 남부 일대에서 이름을 날린 도시 중에서도 가장 번성한 곳이다.

기원전 4700년부터 무려 3000년간 건재했던 톨 엘 함맘은 3600여년 전인 기원전 1650년 종말을 맞았다. 무려 1.5m 내외로 쌓인 두터운 파괴층(destruction layer)은 엄청난 에너지가 이곳을 일순간에 날려버렸음을 보여준다. 궁궐 외벽 등 잔해를 비롯해 높은 온도에 노출된 것으로 보이는 도기 파편, 녹아내리며 거품이 생긴 진흙벽돌, 불탄 건재와 도기, 뼈, 숯과 재가 뒤엉켜 파괴층을 구성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연구팀은 파괴층 속 물질들이 적어도 2000℃의 고온에 노출된 것으로 봤다. 게다가 도기 파편의 분포가 서남쪽에서 동북쪽으로 일관된 방향성을 보이는 점에서 전쟁이나 지진보다 훨씬 강력한 재난이 닥쳤을 것으로 파악했다.

실험 관계자는 “파괴층에서는 엄청난 충격을 받아 균열된 석영과 구상입자(스페룰), 다이아몬드 라이크 카본(DLC)도 발견됐다”며 “이들 물질은 식물이나 탄산염암이 고온·고압에 노출돼 열분해된 뒤 형성되는 것들로 모두 천체 충돌이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3600년 전 에어버스트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측되는 범위. 퉁구스카 대폭발을 훨씬 뛰어넘는다. <사진=캘리포니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네이처>

연구팀은 이 증거들을 바탕으로 공중대폭발은 톨 엘 함맘으로부터 남서쪽으로 수 ㎞ 떨어진 장소에서 발생했고, 고온의 열방사에 노출된 점토 지붕과 진흙 벽돌, 도자기 등이 녹아내려 파괴층을 형성했다고 추측했다. 

실험 관계자는 “톨 엘 함맘을 날린 에어버스트의 위력은 22메가톤(Mt)으로 추정되는 퉁구스카 대폭발을 웃돌았을 것”이라며 “파괴층에서 출토된 뼈들은 당시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고 산산이 흩어졌음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또한 연구팀은 당시 에어버스트로 흩뿌려진 소금이 심각한 염해를 초래, 사람들을 괴롭혔을 것으로 분석했다. 실험 관계자는 “톨 엘 함맘의 파괴층에서 채취된 샘플에서 고농도의 염분(평균 4%, 최대 25%)이 검출됐다”며 “소금 결정이 상공으로 치솟아 톨 엘 함맘 주변 지역에 뿌려져 엄청난 염해를 일으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자들은 소행성의 지구 충돌에 대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pixabay>

요르단 계곡 하류에 해당하는 톨 엘 함맘 주변 지역은 아주 비옥했다. 연구팀은 수만 명이 모여 생활할 정도로 큰 톨 엘 함맘과 다른 15개 도시, 100개가 넘는 마을이 한꺼번에 사라졌고 600여년 간 사람이 살지 못한 이유가 염해였을 것으로 추측했다. 

특히 연구팀은 톨 엘 함맘의 멸망이 구약성서 창세기에 기록된 파괴된 도시 소돔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봤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3600년 전 톨 엘 함맘의 멸망을 목격한 사람들이 구전한 이야기가 구약성서의 소돔으로 연결됐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과학자들은 제2의 퉁구스카 대폭발에 대비해 다양한 관측 장비를 동원,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들을 면밀하게 관찰해 왔다. ‘행성 방위(Planetary Defence)’라는 공통된 목적을 위해 각국이 다양한 대책을 마련, 일부는 실행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소행성 한쪽 궤도를 변경하는 실험 미션 DART(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를 위해 오는 11월 탐사기를 발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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