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도쿄 인기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孤独のグルメ)'로 한국에도 익숙한 마츠시게 유타카(57)가 작가로 전격 데뷔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회 전반에 대두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배우 스스로 내린 결정이어서 주목된다.

마츠시게 유타카는 최근 오리콘과 가진 인터뷰에서 나이 예순을 앞두고 에세이집 '쿠도노나카미(空洞のなかみ, 텅 빈 동굴의 알맹이)'를 펴낸 심경을 이야기했다. 마츠시게 유타카의 작가 데뷔작 '쿠도노나카미'는 400편 넘는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면서도 늘 '배우는 내게 맞지 않을 지 모른다'고 고민해온 마츠시게 유타카의 또 다른 미래다.

24일 출간되는 '쿠도노나카미'는 소설과 에세이를 결합한 색다른 작품.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마츠시게 유타카가 틈틈이 쓴 글이 어엿한 책이 됐다.

마츠시게 유타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는데, 할 일이라곤 소설을 쓰는 정도 밖에 없었다"며 "글 쓰는 데 몰두하니 상당히 즐겁더라. 원래 은둔형 외톨이 체질이라 집필이 잘 맞기도 했다. 그렇게 쓰다보니 단편소설 형태의 에세이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한국 에피소드 두 편이 포함됐던 '고독한 미식가(孤独のグルメ) ' 시즌7 <사진=TV도쿄 공식홈페이지>

배우 경력 30여년의 마츠시게 유타카는 대본을 보고 연기하는 데 익숙하지만 스스로 글을 쓰는 재미도 상당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금까지 남이 쓴 대사를 갖고 연기하면서 이따금 리듬이나 어투에서 어색함을 느꼈다"며 "기왕 제가 쓰는 글이라면 이런 부분을 최대한 줄이고자 했다. 그런 의식이 작용하니 글이 잘 풀렸다"고 돌아봤다.

데뷔 이래 단역과 조연을 주로 맡았던 마츠시게 유타카는 2012년 '고독한 미식가'로 드라마 첫 주연을 맡은 이래 9년째 해당 시리즈가 인기리에 방송되면서 스타로 발돋움했다. 최근 TV도쿄 미니드라마 '오늘의 네코무라씨(猫の猫村さん)'를 통해서는 파격적인 연기변신도 보여줬다. 다만 마츠시게 유타카는 "배우로서 위기감은 누구라도 느끼는 부분이며, 앞날은 준비해야 한다"고 냉정하게 지적했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배우로서 설 자리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실감하곤 한다. 가령 어떤 작품에서 제 나이대 캐릭터가 한 명뿐이라면 누군가와 경쟁해 그 자리를 따내야 한다"며 "다른 길이라도 찾아볼까 생각하던 차에 에세이가 떠올랐다. 배우 외에 소설이나 에세이를 쓰는 길을 찾은 건 제게 아주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마츠시게 유타카의 미니드라마 '오늘의 네코무라씨(猫の猫村さん)' <사진=TV도쿄 공식홈페이지>

앞으로의 작가 활동에 대해 마츠시게 유타카는 "제 연기가 그래왔듯, 누군가 좋다고 이야기해주면 계속 해나갈 것 같다"고 여지를 뒀다.

마츠시게 유타카는 "지금까지 저는 골든타임대 20%의 시청률을 찍는 드라마가 아닌, 심야 시간대 5% 시청률로 사랑 받는 드라마에 출연해 왔다"며 "제 소설도 마찬가지다. 100명 중 5명이라도 "이거 재미있네"라고 평가해주신다면 앞으로도 얼마든 글을 쓸 생각"이라고 웃었다.  

메이지대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한 마츠시게 유타카는 188cm라는 큰 키 덕분에 야쿠자나 연쇄살인마 등 험악한 캐릭터에 낙점되곤 했다. 쿠로사와 키요시 감독 작품 '지옥의 경비원'(1992)이 영화 데뷔작인데, 당시 맡은 역할이 스모 선수 출신 살인마였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피와 뼈' '용이 간다' '착신아리' '사토라레'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숱한 작품에서 조연으로 활약했고, 2012년 TV도쿄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서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를 맡으며 연기인생이 만개했다. 그 덕에 2011년 출연한 '심야식당' 시즌1이 역주행하며 '심야식당' 시즌 내리 출연하는 행운도 안았다.

한국에 친숙한 배우로도 유명한 마츠시게 유타카는 2017년 '고독한 미식가' 시즌7 에피소드 두 편에 걸쳐 한국 전주와 용산 맛집을 탐방했다. 2018년 서울드라마어워즈 당시 '고독한 미식가'가 초청작상을 수상했는데, 작품을 대표해 방한, 한국 팬들과 만났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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