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치매 환자는 기억이나 사고 능력을 회복한 후 길어도 일주일 내에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람이 죽기 전 잠시 건강한 상태로 돌아가는 현상을 불교 용어 회광반조에 비유하는데, 그 원인은 아직 불명확하다.

호주 모내시대학교 심리학 연구팀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말기 치매 환자들을 장기간 추적 조사한 연구팀은 온전한 상태를 회복한 환자의 43%는 24시간, 84%는 일주일 안에 사망한다고 밝혔다.

일부 치매 환자가 갑자기 의식을 되찾아 가족, 친구와 전처럼 대화하거나 멀쩡하게 식사하는 역설적 명료(paradoxical lucidity) 사례는 전부터 보고됐다. 다만 조사나 연구가 생각보다 어려워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역설적 명료라는 용어도 2009년에야 생겼다. 

모내시대 심리학자 디니 톰슨 박사는 "치매는 환자의 과거 기억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조금씩 빼앗아 가고, 소중하게 여기던 가족조차 생각나지 않게 만든다"며 "역설적 명료는 환자 가족이나 의료시설 직원에 의해 19세기 무렵부터 보고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말기 치매 중 역설적 명료를 경험하는 환자의 84%가 일주일 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pixabay>

이어 "역설적 명료는 일반적으로 죽음 직전에 관찰되지만 모두 그렇지는 않다"며 "올해 이뤄진 우리 연구에서는 상당 수준 진행된 치매 환자의 대부분이 죽음 6개월 이상 전 정상적인 두뇌 기능을 일부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역설적 명료는 치매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외상으로 뇌를 다쳤거나 뇌수막염, 조현병, 뇌종양으로 기억이나 인지에 장애를 겪는 사람에게서 주로 관찰된다. 질병에 관계없이 중증 환자가 죽기 전 잠시 깨어나는 것을 역설적 명료로 보는 학자도 있다. 

역설적 명료는 일시적 현상으로, 환자의 신경변성질환의 진행이 멈추거나 역전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 완전한 구조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를 경험한 말기 치매 환자의 경우 얼마 안 가 죽게 된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말기 환자의 역설적 명료는 의료시설 직원 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보고돼 왔다. <사진=pixabay>

디니 톰슨 박사는 "2023년 연구에서는 죽기 전 뇌 활동의 변화가 역설적 명료와 관계됐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완전히 규명된 내용은 아니다"며 "역설적 명료는 치매 환자 모두가 경험하는 것이 아니고 계기도 불분명해 연구 자체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말기 치매 환자가 역설적 명료를 나타내는 순간은 주로 가족과 보내는 마지막 시간들이다. 이런 점에서 관련 연구는 난항을 겪어왔다. 환자가 죽고 나서 유족에게서 역설적 명료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 역시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디니 톰슨 박사는 "치매 환자가 죽기 전 제정신을 차리는 현상은 사실 죽음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역설적 명료를 실제로 목격한 가족 중에는 평화나 안정감보다는 동요나 공포를 느끼는 경우도 있어 학자들로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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