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처녀귀신 이야기 上에서 계속


■ 블랙 위도우(Elizabeth the Black Widow)

남편들을 차례로 죽여 묘지에 묻은 블랙 위도우 이야기는 지금도 유명하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pixabay>

엘리자베스 에반스 데일 기븐스 플래니건 제프리스 하이 브라운 루트(Elizabeth Evans Dale Gibbons Flanagan Jeffries High Brown Routt).

이 길고 기묘한 이름은 여섯 남편을 저승으로 보낸 엘리자베스 에반스 데일의 것이다. 약 20년에 걸쳐 남편들을 차례로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그의 이야기는 미국에서 꽤 유명하다.

비극의 막이 오른 것은 1797년. 그해 스미스 카운티로 이주한 부모 사이에서 엘리자베스 에반스 데일이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남자들을 끌어들이는 오묘한 매력의 소유자였던 엘리자베스는 본인도 남자에 대한 집착이 대단했다.

엘리자베스의 첫 남편은 기븐스였다. 결혼한 지 얼마 안 가 아이도 없이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곧장 두 번째 남편 플래니건과 살았는데, 그 역시 기븐스처럼 얼마 뒤 소리 소문 없이 죽고 말았다.

세 번째 부부의 연을 맺은 남자는 알렉산더 제프리스였다. 상처한 직후 테네시로 이주한 그는 엘리자베스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곧 결혼했다. 알렉산더는 엘리자베스와 앨라배마 헤이즐 그린의 광활한 농장으로 돌아왔다. 1837년 65세에 죽을 때까지 그곳에 머물렀다.

알렉산더만큼은 꽤 오래 산 것 같지만 실상은 급사라는 소문이 돌았다. 알렉산더는 죽기 직전까지 아주 건강했고 정신도 멀쩡했다는 게 이웃들 이야기였다. 때문에 농장을 비롯한 전 재산을 아내에게만 남긴다는 유언장의 진위를 놓고 말들이 많았다. 엘리자베스는 꿋꿋하게 남편의 농장을 통째로 손에 넣었다.

이어 남편이 된 인물은 로버트 하이였다. 라임스톤 카운티 출신 법조인인 그는 1839년 엘리자베스와 결혼했는데 3년 뒤 원인불명의 죽음을 맞았다.

1846년, 엘리자베스는 사업으로 성공한 압살롬 브라운을 만나 다섯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신사업을 전개하며 정재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야 했던 압살롬은 엘리자베스의 말에 넘어가 손님들을 많이 초대할 수 있는 저택을 지었다.

매디슨 카운티에 완성된 저택은 엘리자베스의 아지트가 됐다. 수많은 노예를 거느렸고 매일 파티를 열어 유명 인사들을 초대했다. 압살롬 역시 아름다운 아내와 새로 지은 저택이 마음에 쏙 들었다. 하지만 결혼 1년 뒤인 1847년 해괴한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족이 압살롬의 죽임이 석연찮다며 수사를 의뢰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유야무야됐다.

이듬해 5월 11일, 엘리자베스는 여섯 번째 남편 윌리스 루트와 결혼했다. 엘리자베스의 마지막 배우자는 결혼식 직후 불귀의 객이 됐는데, 이 무렵 엘리자베스의 남편들이 숱하게 죽어나가는 이유에 대해 주변사람들이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 사람들 사이에선 “남성편력이 심한 엘리자베스는 남자한테 질리자마자 살해하고 곧바로 매장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후 지역 언론들이 엘리자베스가 남편들을 살해한 의심을 받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앨라배마의 헤이즐 그린, 그러니까 세 번째 남편 알렉산더 제프리스의 농장 인근에 묘지를 만들고 남편들을 모두 매장했다는 이야기였다. 더욱이 신문은 엘리자베스가 죽은 남편들이 생전 애용하던 모자를 수집했다는 해괴한 스토리도 곁들였다. 그가 이 모자들을 한곳에 모아놨다는 괴담은 주변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이야기가 퍼지면서 현재도 엘리자베스는 ‘블랙 위도우(검은 과부)’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엘리자베스가 사망한 뒤, 그의 무덤에서 초록빛 눈이 어둠에 번뜩이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이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 과부의 랜턴

세인트오거스틴에는 랜턴과 관련 유령 이야기가 전해진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pixabay>

주변 정취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숙소 카사블랑카 인 온 더 베이(Casablanca Inn On The Bay)는 미국 플로리다 세인트오거스틴에 위치한다.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96년간 문을 열어온 역사적인 이곳은 과거 여관을 관리하던 과부의 유령이 출몰하는 고스트 스팟이다.

사연은 이렇다. 미국 정부가 금주령을 내렸을 당시 여관집 관리를 맡았던 과부가 있었는데, 은밀하게 일을 도모하던 주류 밀수꾼과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은 주류 밀수를 보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 둘만의 신호를 만들었다. 과부가 카사블랑카 여관 근처 해안에서 랜턴을 좌우로 흔들면 밀수꾼이 밀주를 잔뜩 실은 배를 해안에 대는 식이었다. 랜턴을 흔드는 건 주변에 경찰이나 단속반이 없다는 신호였다.

밀주 사업이 착착 진행되면서 둘 사이도 무르익었다. 하지만 어느 날 밀수꾼이 그만 경찰에 체포되고 말았다. 과부가 랜턴 흔드는 걸 잊었기 때문이다.

이후 한밤중에 문제의 해변에서 랜턴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이 이어졌다. 이 소문은 과부가 죽은 뒤에 퍼진 것이어서 아주 미스터리한 현상으로 유명세를 탔다.

■ 죽어서도 연인을 기다리는 여자

앤이라는 여성과 연관된 고스트 스팟 17Hundred90 Inn.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pixabay>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에 자리한 호텔 ‘17Hundred90 Inn’은 1821~1823년 건물 두 채 규모로 지어졌다. 1888년에는 세 번째 건물인 동관이 문을 열었다. 오랜 역사만큼 숱한 사연을 가진 이곳은 특히 앤이라는 여자 유령 이야기로 유명하다.

앤의 유령은 204호실에서 목격됐다. 이 방에 머물면서 소지품이 어지럽혀지거나 없어졌다는 투숙객이 유독 많았다. 미지의 존재를 느꼈다는 이도 속출했다. 시트가 보이지 않는 힘에 끌리고 불이 꺼진 후 어두운 구석에서 여자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는 신고도 들어왔다. 소문이 퍼지자 유령 마니아들이 일부러 204호실에 묵으라고 경쟁을 벌였다.

사실 이 호텔의 유령 이야기 속 앤은 한 명이 아니다. 사연이 제각각이지만, 2층 발코니 난간 위에서 몸을 던졌고 장미가 만발한 빨간색 벽돌 바닥에 떨어져 죽었다는 결말은 한결같다.

여러 명의 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이 앤 화이트다. 그의 남편 스틸 화이트는 17Hundred90 Inn의 공사를 책임진 인물이었다. 동관에 대한 설계까지 맡은 데다 공기를 맞춰야 했던 그는 아내 곁을 자주 비웠다. 호텔이 완공되던 1823년 겨우 여유를 찾은 그는 소홀했던 아내를 데리고 승마를 즐기다 사고로 죽고 만다.

청상과부가 된 앤은 사바나 남쪽의 호프섬으로 이주했다. 거기서 언니와 몇 해를 같이 살았다. 남편이 구상하던 동쪽 건물이 완성된 것은 본관 완공으로부터 60년 넘게 지난 1888년이었는데, 그 때부터 앤의 유령이 호텔에 출몰했다. 사람들은 이미 죽은 앤이 남편이 꿈에 그리던 동관이 완성되자 옛일을 추억한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앤의 이야기는 해군 병사와 연관이 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앤은 호텔 인근에 주둔하던 해군 병사와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고 주로 머문 곳이 204호였다.

연인이 사바나 강을 따라 항해를 떠나던 날, 앤은 호텔 2층 발코니에서 투신했다. 돌아올 기약이 없다는 해군 병사의 말에 상심한 결과라는 설이 유력하다. 일부에선 둘 사이를 시기한 여성이 앤을 발코니 위에서 떠밀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이후 호텔에서는 로비의 대형 거울에 앤이 비쳤다는 목격담이 나왔고, 지금도 204호 흔들의자가 혼자서 삐걱댄다는 루머가 이따금 들려온다. <끝>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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