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따귀를 때려 오래 버티는 쪽이 이기는 슬랩 파이팅(Slap Fighting)이 뇌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고 학자들이 경고했다. 대회 영상 관찰 결과 시합 참가자 중 무려 78%가 뇌진탕 징후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신경과 의사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최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슬랩 파이팅 대회 참가자들이 상대의 뺨을 세게 후려치는 영상을 분석, 뇌진탕 징후를 확실하게 파악했다고 전했다.

슬랩 파이팅은 선수 2명이 마주 서서 손바닥 만으로 싸우는 격투 경기다. 교대로 상대 얼굴을 손바닥으로 치는데, 맞는 쪽은 보호구 착용은 물론 회피나 보호 행동이 허용되지 않는다. 서로 반복해 따귀를 때리는 장면이 묘한 카타르시스를 주면서 관련 TV 프로그램 '파워 슬랩(Power Slap)'은 인기리에 방송됐다.

슬랩 파이팅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 '파워 슬랩' 시즌 1 에피소드 영상 중에서 <사진=UFC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Power Slap: Road To The Title | EPISODE 1 - Full Episode' 캡처>

연구팀은 슬랩 파이팅이 참가자의 뇌에 주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조사에 나섰다. '파워 슬랩' 시즌 1 영상을 분석한 연구팀은 약 78%의 참가자에게 뇌진탕 징후가 나타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조사 관계자는 "어느 쪽이 드러눕거나 포기하지 않는 한 경기는 계속되기 때문에 후공자는 반드시 따귀를 한 번은 맞고, 선공자도 일격에 상대를 눕히지 못하면 따귀를 맞는다"며 "뺨을 맞고 실신하는 참가자가 심심찮게 나올 만큼 맞는 쪽은 대미지가 어마어마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영상 분석 만으로 무표정, 초점 잃은 눈, 구토, 기억상실, 충격에 의한 발작 등 참가자들의 뇌진탕 징후가 관찰됐다"며 "조사에 참가한 신경과 전문가들은 참가자들이 대부분 뇌진탕을 겪는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파워 슬랩' 참가자들은 마우스피스 외에 어떤 보호구도 착용할 수 없고 회피나 방어 행동도 불허된다. <사진=UFC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Power Slap: Road To The Title | EPISODE 1 - Full Episode' 캡처>

연구팀은 보호구 착용 없는 슬랩 파이팅이 상당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조사 관계자는 "'파워 슬랩' 시즌 1에서 확인된 333회의 따귀 중 약 30%에 해당하는 97회 후에 뇌진탕 징후가 확인됐다"며 "출전한 56명 중 적어도 한 번 뇌진탕 징후를 보인 참가자는 44명(약 78%)에 달했고, 20명은 경기 중 두 번 이상 뇌진탕 징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분석은 어디까지나 눈에 보이는 징후에 근거하며, 의학적으로 뇌진탕 진단을 받은 것은 아니다"면서도 "슬랩 파이팅은 시청자들에게는 웃기고 재미있을지 모르나 출전자에게 외상성 뇌 손상을 일으키고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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