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처녀귀신 이야기 <上>
2020-11-06 02:21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는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다고 한다. 남녀가 만나 정을 쌓고 결혼에 이르러 식장에서 하는 서약이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아니던가. 그만큼 서로 아끼고 잘 살겠다는 의미인데, 세상에는 정말 죽음도 어쩌지 못한 러브스토리가 몇 가지 전해진다. 생전의 연인을 잊지 못해 추억의 장소에 나타나는 처녀귀신 스토리는 무섭기보다 애틋하다. 물론 개중에는 엄청난 집착에서 비롯된 섬뜩한 이야기도 끼어있다.

■ 7년마다 나타나는 화이트 레이디 

채텀 저택에는 흰 옷을 입은 여자 유령 이야기가 전해진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pixabay>

미국 버지니아 프레데릭스버그에 자리한 채텀 저택(Chatham Manor)은 흰 옷을 입은 여인 ‘화이트 레이디(Lady in White)’의 영혼이 때를 맞춰 나타나는 고스트 스팟이다.

이 저택은 1771년 윌리엄 피츠휴라는 인물이 1280에이커(485만6227.71㎡)의 광활한 농장에 세웠다. 본관에 큼직한 방 10개가 들어섰고 헛간과 마구간, 방앗간, 과수원이 딸렸다. 농장 사람들 전용 경마장도 마련됐다.

유령이 나타난 건 1790년부터다. 이 무렵 방 5개를 복원해 일반에 공개했다. 이후 200년 넘게 관람객들이 화이트 레이디 유령을 보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이 중에는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제임스 먼로 등 미국 역대 대통령도 있다. 조지 워싱턴은 개인적으로 쓴 기록에서 “채텀 저택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고 언급했다.

화이트 레이디 유령은 영국인이다. 부유한 귀족 가문에 태어난 이 여성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과 사랑에 빠졌다. 아버지는 신분 차이를 이유로 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둘을 떼어놓기 위해 딸을 미국 채텀 저택으로 강제로 보내버렸다.

극심한 반대에도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았다. 농부의 아들은 사방을 수소문한 끝에 채텀 저택을 찾아갔다. 둘은 몰래 도망가기로 계획을 세웠는데, 하필 하인이 이를 듣고 아버지에게 밀고하면서 탈이 났다. 격노한 여성의 아버지는 수하들을 시켜 딸을 영국으로 데려갔다. 일을 계획한 날 붙잡힌 남성은 감옥에서 죽었다. 비참한 최후를 전해 들은 여성은 몇 년 뒤 연인을 뒤따랐다.

귀족의 딸은 1790년 6월 21일 죽기 직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여길 찾아오겠다”고 읊조렸다. 이후 7년째가 되는 해 6월 21일 정오부터 이튿날 자정에 걸쳐 여성의 귀신이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던 채텀 저택에 나타났다. 정확한 위치는 두 사람이 재회했던 저택 옆 라파녹 강 인근 오솔길이었다.

채텀 저택은 망자들의 집으로 악명이 높다. 1805년 1월, 채텀 저택의 노예 세 명이 감독관의 가혹행위에 반란을 일으켰다. 무장한 백인들의 무차별 공격에 노예 한 명이 죽고 다른 두 명은 카리브해와 루이지애나로 추방됐다. 피츠휴는 부정이 탔다며 저택을 팔아치웠고 이후 2세기 넘는 세월 15차례나 주인이 바뀌었다.

채텀 저택은 그 유명한 프레데릭스버그 전투(1862년 12월 11~15일) 당시 연합군의 본부와 병원으로 사용됐다. 기록에 따르면 이곳에서 130명 넘는 군인들이 사망했다. 남북전쟁이 한창이었기에 사망자들은 모두 채텀 저택 곳곳에 매장됐다. 이들은 프레데릭스버그 국립묘지로 옮겨질 때까지 채텀 저택의 차가운 땅 속에 묻혀있었다.

■ 영원한 사랑을 기다리는 여자

애틋한 사연을 간직한 돈 시저 호텔 <사진=돈 시저 호텔 공식 홈페이지>

돈 시저 리조트(Don Cesar Resort)를 창업한 숙박업계 거물 토마스 로는 영국 유학 중 만난 스페인 오페라 가수 루신다와 사랑에 빠졌다.

첫 만남부터 운명처럼 이끌린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했지만 루신다 쪽 부모가 완강하게 반대했다. 앞날이 창창한 딸의 남편감으로 가진 것 없는 유학생 토마스가 마뜩찮았다.

결국 루신다는 부모 성화에 스페인으로 돌아가야 했다. 토마스 로는 연인이 떠나버린 영국에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었다. 루신다를 잊지 못한 그는 스페인으로 계속 편지를 보냈지만 뜯지도 않은 채 번번이 되돌아왔다.

몇 해가 지난 어느 날, 스페인에서 편지 한 통이 날아왔다. 반가운 마음에 집어보니 다름 아닌 루신다가 보낸 유언장이었다.

검은색 봉인이 붙은 유언장에는 “죽음의 문턱에서 이 글을 남겨요. 실낱같은 희망을 담아 이 편지를 써요. 당신을 그 분수에서 기다릴게요. 영원한 사랑이 이뤄지는 그날까지”라고 적혀있었다.

연인의 마지막 뜻을 알아챈 토마스는 눈물을 쏟았다. 유언장을 받은 시점에 이미 루신다는 저세상 사람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실제로 루신다는 저승에서 토마스와 영원히 맺어지기를 바라며 글을 남겼다. 유언장에 언급된 분수는 토마스와 루신다가 유학 시절 즐겨 찾던 데이트 장소였다.

토마스 로는 1928년 미국 플로리다 세인트피트비치에 죽은 연인을 생각하며 돈 시저 호텔(The Don CeSar)을 지었다. 3년이란 긴 시간을 투자해 호텔 곳곳에 연인과 추억의 장소를 재현했다. 특히 죽은 루신다가 언급했던 둘만의 약속 장소인 분수도 조성했다. 이후 호텔 투숙객 사이에서는 이 분수에 손을 맞잡는 남녀의 유령이 이따금 나타난다는 소문이 돌았다.

■ 대학 기숙사를 헤매는 블랙 레이디

헨더슨대학교 <사진=헨더슨대학교 공식 트위터>

미국 아칸소 헨더슨주립대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블랙 레이디(Lady In Black) 이야기를 알고 있다. 제인이라는 이름의 블랙 레이디는 이 학교 출신으로, 매년 방학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면 옛 애인을 찾아 기숙사를 방황한다.

블랙 레이디는 학창시절 같은 학교 학생과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막 들어온 신입생에게 그만 연인을 빼앗기고 말았다. 두 사람의 종교가 달라 지인들이 반대했고 결국 제인이 차였다는 설도 있다.

영원하리라 믿었던 사랑이 깨지자 제인은 실의에 빠졌다. 얼마 안 가 검은색 옷을 입고 학교 기숙사 근처 워시토강에 몸을 던졌다. 소식을 들은 이전 연인은 새로운 사랑에 방해가 될까 조문도 가지 않았다.

이후부터 학교 내부, 특히 학생들이 머무는 기숙사 인근에 검은 옷을 입은 여성이 배회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한밤중에 기숙사 문이 멋대로 열리고 샤워실 수도꼭지가 돌아간다는 둥 갖은 괴담도 퍼져나갔다. 하나의 도시괴담이 된 이 이야기는 헨더슨대학은 물론 다른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기묘한 처녀귀신 이야기 下에서 계속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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