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퍼와 발락, 영화 속 악마들 <上>
2020-11-19 11:30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의 ‘콘스탄틴’이 15년 만에 속편 소식을 전하며 영화팬들을 설레게 한다. DC코믹스의 하드코어 호러 ‘헬블레이저(Hellblazer)’를 원작으로 한 ‘콘스탄틴’은 특유의 오컬트적 분위기로 개봉 당시 국내서도 인기를 끌었다.

영화의 주인공 존 콘스탄틴(키아누 리브스)은 지옥과 현실세계를 넘나들며 악마를 처단하는 색다른 히어로다. 루시퍼, 마몬과 마주했던 그가 속편에선 어떤 악마와 싸울지 주목되는 가운데, 고전 속 악마를 동원한 호러영화에 새삼 관심이 쏠린다. ※스포일러가 포함됨

■루시퍼(Lucifer)

스크린 속의 루시퍼 <사진=영화 '콘스탄틴' 스틸>

루시퍼가 등장한 영화는 한두 편이 아니지만 ‘콘스탄틴’(2005) 속 캐릭터가 워낙 독특해 기억하는 이가 많다. "온가족이 휴가도 없이 바쁘다" "난 담배회사 주주야" 등 명대사를 남겼다. 

스웨덴 배우 피터 스토메어(62)가 연기한 ‘콘스탄틴’ 속 루시퍼는 동족을 수없이 응징한 존 콘스탄틴을 지옥에 떨어뜨리려 안달이 났다. 콘스탄틴이 가브리엘(틸다 스윈튼) 탓에 핀치에 몰리자 “몸소 네놈을 데려가겠다”며 웃는 낯으로 나타난다. 

타천사의 대명사인 루시퍼는 악마 군단의 최상층에 군림한다. 고대 라틴어로 루키페르라고 부른다. 구약성서 이사야서 14장 12절은 바빌론 왕 느부갓네살의 타락을 한탄하는데, 여기서 빗댄 샛별이 곧 루시퍼(아침의 아들 계명성)다. 자세한 문장은 다음과 같다.

"샛별과 같은 바빌론 왕아, 네가 하늘에서 떨어졌구나. 한때는 네가 여러 나라를 정복하더니 이제는 어째서 땅에 던져졌느냐?"

원래 루시퍼는 가장 아름답고 권능 있는 치천사(세라핌)였다. 조물주의 사랑을 듬뿍 받았기에 자만에 빠졌고 천사를 이끌고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해 지옥으로 추방됐다. 때문에 성서에서 떨어진 샛별로 묘사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소설 등에 악마의 대표격으로 등장하는 루시퍼는 성서의 해석에 따라 사탄(Satan)과 동일시하기도 한다. 

■마몬(Mammon, 맘몬) 

7대 죄악을 소재로 한 '세븐' <사진=영화 '세븐' 스틸>

인간의 7대 죄악 중 탐욕을 상징하는 악마다. 7대 죄악은 ▲교만(루시퍼) ▲탐욕(마몬) ▲질투(레비아탄) ▲분노(사탄) ▲욕정(아스모데우스) ▲식탐(바알세불) ▲나태(벨페고르)다. 이는 데이빗 핀처(58) 감독의 오컬트 수사물 '세븐'의 뼈대가 됐다.  

고대 시리아어로 마몬은 부와 돈을 의미한다. 이름에 걸맞게 마몬은 사람들로 하여금 탐욕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영어 단어 배금주의(mammonism)가 바로 마몬에서 비롯됐다.

밀턴의 서사시 '실낙원' 속에서 마몬은 타천사 중에서도 돈에 환장한 악마로 묘사된다. 인간에 광물 캐는 법을 알려주고 황금을 찾는 재주를 타고난 마몬은 제법 현실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

극중 마몬에 빙의된 남자 <사진=영화 '콘스탄틴' 스틸>

영화 ‘콘스탄틴’에서 마몬은 가브리엘의 계략으로 인간계로 내려온다. 정확히는 로스앤젤레스 강력계 형사 안젤라(레이첼 와이즈)의 몸을 빌려 인간세계에 부활하려 한다. 극중 모든 소동의 원흉인 가브리엘을 막기 위해 콘스탄틴은 루시퍼에게 “당신 아들이 가브리엘과 옆방에 함께 있다”고 일러준다.

극 초반에 등장하는 '운명의 창(롱기누스의 창)'은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그리스도의 옆구리를 찌른 창이다. 예수의 피가 묻었다고 여겨지며 기독교에서는 둘도 없는 성물로 통한다.

■아자젤(Azazel)

아자젤의 정체를 밝히려는 홉스(덴젤 워싱턴) <사진=영화 '다크 엔젤' 스틸>

‘프라이멀 피어’(1996)의 그레고리 호블릿 감독이 1998년 선을 보인 스릴러 ‘다크 엔젤(Fallen)’에 등장한다. 극중 아자젤은 접촉하는 인간으로 변해 살인을 반복하는 공포의 존재로 그려진다.

강력계 형사 홉스(덴젤 워싱턴)는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던 중 아자젤의 존재를 어렴풋이 알게 된다. 수사를 이어가던 홉스는 도저히 사람의 소행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이 무렵 영화는 충격적인 반전을 거듭한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속에 이야기를 전개하는 ‘다크 엔젤(Fallen)’은 연출도 괜찮고 엠베스 데이비츠, 존 굿맨 등 조연들의 연기도 나무랄 데 없다. 이야기 측면에서 보면 악마와 대결하는 형사물이란 점이 아주 독특하다. 극 초반부터 등장하는 아자젤은 접촉만으로 사람을 숙주로 만들고 영혼을 잠식하는 공포의 존재로 그려진다. 

아자젤은 구약성서 레위기 16장 10절에도 언급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사셀(아자젤)을 위하여 제비 뽑은 염소는 산 채로 여호와 앞에 두었다가 그것으로 속죄하고 아사셀을 위하여 광야로 보낼지니라.”

홉스(덴젤 워싱턴)는 책 속의 아자젤을 발견하고 대비책을 세운다. <사진=영화 '다크 엔젤' 스틸>

이처럼 아자젤은 욤 키푸르(Yom Kippur, 유대인 대속죄일)에 사람들 죄를 속죄하는 대상으로 여겨졌다. 유대교에선 타천사로 인식되기도 한다. 악마 서열로 따지면 그다지 높지 않지만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강력한 악마로 묘사되곤 한다. 이는 영화 ‘다크 엔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루시퍼와 발락, 영화 속 악마들 下에서 계속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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