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퍼와 발락, 영화 속 악마들 <下>
2020-11-20 11:15

루시퍼와 발락, 영화 속 악마들 上에서 계속

■파주주(Pazuzu)

메린 신부가 마주하는 파주주 석상 <사진=영화 '엑소시스트' 스틸>

파주주는 메소포타미아 신화 속에 나오는 바람의 신이다. 열병을 몰고 오는 무서운 존재로 인식되다 보니 신성함보다는 사악함이 부각된 악령이다. 

메소포타미아 기록에 따르면 파주주는 사자의 머리와 팔, 독수리의 튼실한 다리를 갖고 있다. 등에 날개가 네 개 돋아있고 전갈의 꼬리와 뱀 같은 성기를 가졌다. 전형적인 신화 속 괴물의 형상을 하고 있다. 

메린 신부와 파주주 석상 <사진=영화 '엑소시스트' 스틸>

이 파주주가 등장하는 영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1973년작 ‘엑소시스트(The Exorcist)’다. 극중에서 파주주는 미국의 인기 여배우 크리스 멕닐(엘런 번스타인)의 딸 레건(린다 블레어)의 몸으로 들어간다. 레건을 장악한 파주주는 영화 말미 구마의식에 나선 신부 메린(막스 본 시도우)을 매섭게 조롱하고 저주를 퍼붓는다. 

악마 파주주에 씌인 레건은 얼굴이 흉측하게 변하고 불가사의한 존재의 목소리를 낸다. 목이 등 뒤로 돌아가고 몸이 공중에 붕 떠오르며 알 수 없는 욕설을 퍼붓는 레건은 지금 봐도 소름이 끼친다.

'엑소시스트'에서 파주주에 씌인 레건은 에일린 다이어츠가 대신 연기했다. <사진=영화 '엑소시스트' 스틸>

사실 파주주에 씌인 '엑소시스트' 속 레건은 배우 에일린 다이어츠(75)가 연기했다. '엑소시스트'가 데뷔작인 그는 '프리웨이 킬러' '데몬: 악령의 저주' 등 호러영화에 주로 출연했다. 

에일린 다이어츠가 '엑소시스트' 촬영 당시 12세였던 린다 블레어를 대신해 퇴마장면을 찍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에일린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어린 린다가 십자가로 자해하고 신부에 주먹을 날리는 연기는 할 수 없었다"며 "녹색물을 잔뜩 토해내고 사악한 웃음을 짓는 연기는 사실 제가 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참고로 아카데미상까지 거머쥔 전편의 인기에 힘입어 4년 뒤 개봉한 ‘엑소시스트2’에서 본격적으로 파주주가 나온다. 다만 악마의 정체성이 훼손될 만큼 각색이 심해 비판을 받았고 영화도 쫄딱 망했다.

■파이몬(Paimon)

영화 '유전'에 등장하는 파이몬의 인장 <사진=영화 '유전' 스틸>

악마 파이몬은 2017년 개봉한 공포 영화 ‘유전(Hereditary)’에 등장한다. 솔로몬이 봉인했다는 72악마 중 하나이며 중세 악마학에서 루시퍼의 수족 같은 부하로 거론된다.

로튼토마토 신선지수도 높고 해외 평단의 호평을 받은 '유전'은 주인공들의 목이 떨어지고 몸이 불타는 등 고어한 장면이 많다.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고전적 수법 대신 관객의 숨통을 천천히 죄는 스타일이다. 주인공 애니와 그의 어머니, 딸 등 3대의 비밀을 중심으로 한 스토리와 여기서 비롯된 서스펜스가 상당히 촘촘하다.  

영화 '유전'에서 파이몬은 그 이름과 인장, 그리고 추종자들을 통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파이몬을 경배하라(Hail Paimon)"는 소름끼치는 주문이 반복된다. 파이몬은 악마 중에서도 계급이 높아 200개 군단을 거느리며, 지옥의 서쪽을 다스리는 악마 왕 중 하나로 언급된다. 루시퍼와 마찬가지로 조물주의 노여움을 사 쫓겨난 타천사다.

고전 속 파이몬은 젊은 미남자 얼굴을 하고 단봉낙타를 타고 다닌다. 인간세계에 나타날 때면 무수한 추종자들을 달고 온다. 과학에 능하고 지구상의 온갖 원소에 밝다. 연금술의 4원소설 중 불을 관장하는 정령의 왕으로도 불린다. 

■발락(Valak)

'컨저링 유니버스'의 주요 캐릭터로 부상한 발락(오른쪽) <사진=영화 '컨저링2' 스틸>

제임스 완(44)의 ‘컨저링 유니버스’에 등장하는 악마다. ‘컨저링2’(2016)와 ‘더 넌’(2018)에서 맹활약했다. 파이몬과 마찬가지로 솔로몬의 마도서 레메게톤 1장 게티아에 언급되는 72악마 중 하나다. 지옥 20~25개 악마군단을 지휘하는 군단장이며 악마들 중에서는 하위계급으로 분류된다.

영화만 생각하면 발락은 수녀나 뱀 같은 형상이 아닐까 여겨지지만 사실이 아니다. 발락은 아름다운 소년(또는 아기) 얼굴에 천사의 날개를 가졌고 머리가 둘 달린 용을 타고 다닌다. 악마들 중 서열이 낮지만 소설이나 영화, 게임들이 자주 써먹는다. 카산드라 클레어의 베스트셀러 ‘섀도우 헌터스’에도 발락이 등장한다. <끝>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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