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이 그토록 바랐던 불로장생은 인류의 꿈이자 풀지 못한 숙제다. 인간의 삶은 다른 생물들처럼 유한하고, 그 누구도 죽음이란 숙명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 많은 학자들은 지금도 불로장생의 비결을 찾아내기 위해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최근 학계에 인류의 숙원을 실현해줄지 모를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 연구팀은 고압산소를 이용한 실험에서 인체의 노화시계를 늦출 대발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동안의 비결, 텔로미어를 지켜라

22일 연구팀이 공개한 실험 결과의 핵심은 세포 속 텔로미어(telomere)의 복원이다. 텔로미어는 진핵생물 염색체의 끝부분에 존재하는 특수한 입자다. 반복되는 DNA 배열과 단백질로 이뤄진 염색체 말단 구조로, 염색체 끝부분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발끈 끝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는 애글릿(aglet)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텔로미어는 일반적인 세포분열 과정에서 염색체의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복제된다. 다만 텔로미어의 끝부분은 복제되지 않고 이전보다 아주 조금 짧아진다. 세포분열이 반복될수록 텔로미어는 점차 짧아져 결국 소멸한다.

텔로미어의 개념도 <사진=KBS '생로병사의 비밀' 캡처>

 

생물학계는 텔로미어가 없어지는 것이 세포노화 등을 유발하는 주 원인이라고 본다. 텔로미어를 '노화의 시계'라고도 부른다. 이 텔로미어를 되살릴 수 있다면 당연히 세포의 노화도 막거나 늦출 수 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따라서 인체의 노화방지에 매달리는 학자들은 텔로미어를 필수적으로 연구한다.

텔아비브대학교 연구팀은 고압산소를 응용한 실험을 통해 텔로미어를 늘려 노화세포 감소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잠수병 치료에 이용되는 고압산소요법(HyberBaric Oxygen Therapy, HBOT)이 뇌의 혈류를 도와 인지기능을 높이거나 유전적 변화를 촉진한다는 점에 착안,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피실험자 26명에게 HBOT를 실시하며 텔로미어의 길이를 측정했다. 피실험자들은 가압장치가 달린 챔버 안에서 90분간 신선한 산소를 들이마시만 했다. HBOT를 주 5회, 3개월 실시한 뒤 이뤄진 조사에서 피실험자들의 텔로미어가 20% 가까이 재생된 것이 확인됐다.

■불로장생의 꿈, 과연 실현될까

사실 텔로미어는 세포분열 외에 다른 요인에 의해서도 짧아진다. 대표적인 것이 스트레스나 운동부족, 비만, 흡연, 편식이다. 온전하지 못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동안 유지를 힘들게 하는 셈이다. 이런 생활환경이나 습관을 개선하면 얼마든 노화를 늦출 수 있다고 학자들은 강조한다.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사람의 노화를 막을 수 없다. <사진=pixabay>

텔로미어를 지키는 다른 방법도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사람이 우주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텔로미어가 길어진다. 장내 조직이 텔로머라아제(telomerase)라는 효소를 사용해 텔로미어를 복구한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110세 이상 장수한 여성에게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이용한 실험도 주목받았다.

다만 이런 방법들이 모두 동안 유지에 효과적이라는 확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텔아비브대 연구팀은 "이전 실험들은 고압산소요법처럼 뚜렷한 결과를 보여주지는 못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고압산소요법으로 텔로미어가 길어질 뿐 아니라 세포조직 자체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사실이 실험 결과 밝혀졌다"며 "면역기능에 중요한 T세포(T cell) 역시 노화하는데, 고압산소요법을 통해 노화된 T세포가 감소하는 것으로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번 실험결과는 20일자 사이언스데일리에도 소개됐다. 연구팀은 실험 대상을 보다 늘리고 텔로미어가 고압산소요법에 어떤 다른 반응을 보이는 지 살펴볼 예정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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