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사람의 심장을 노리는 공포영화. 주인공이 귀신과 조우하는 섬뜩한 장면과 관객의 뒤통수를 노리는 반전, 그리고 촘촘한 서스펜스까지. 오컬트와 스릴러, 슬래셔, 고어 등 다양한 요소를 품은 공포영화는 관객의 심장이 터지도록 몰아치며 마니아들을 양산해 왔다.  

진정한 호러무비로 인정 받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1919) 이래, 공포영화는 시대를 거듭하며 발전을 거듭했다. 보는 사람을 놀래키는 초보적 장치에서 현재는 컴퓨터그래픽의 진보에 힘입어 리얼한 초현실세계를 스크린 위에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최고의 공포영화는 과연 어떤 작품일까. 영화 본연의 역할을 생각한다면, 보는 이들을 가장 긴장하게 만드는 작품이 최고가 아닐까. 여기에 착안한 영국의 인터넷 비교사이트 브로드밴드초이스가 22일 재미있는 리스트를 발표했다. 이들이 공개한 공포영화 톱10은 관람객의 심박수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자료에 근거해 산출됐다. 

진정한 첫 공포영화로 평가 받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Das Cabinet Des Dr. Caligari)' <사진=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스틸>

브로드밴드초이스는 리스트를 뽑기 위해 50명의 피실험자를 동원, '공포의 과학(Science Of Scare)'이라는 실험에 나섰다. 참가자들은 심박수 측정장치를 부착한 채 5.1채널 서라운드 스피커와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영사실에서 120시간가량 다양한 공포영화를 감상했다. 이들의 평소 심박수(bpm)/ 영화 감상 시 평소 심박수(bpm)/ 두 심박수의 변동치(%)/ 최대심박수(bpm)를 근거로 산출한 공포영화의 순위는 아래와 같다. ※스포일러가 포함됨    

10위 - 더 비지트(The Visit, 2015)
65bpm/ 79bpm/ 14%/ 100bpm

<사진=영화 '더 비지트' 스틸>

작품의 완성도 편차가 있기로 유명한 M.나이트 샤말란의 작품. 베카와 타일러 남매가 생전 처음 외할머니 집을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기묘한 상황을 담았다. 할머니와 추억을 영상으로 남기려 카메라를 든 베카의 시선을 따라가며 섬뜩한 공포감을 맛보게 된다. 가족의 행복한 한때를 담은 장면들과, 할머니의 경고를 어기면서 벌어지는 섬뜩한 장면들이 적절하게 배합된 영화다. 

9위 - 디센트(The Descent, 2005)
65bpm/ 79bpm/ 14%/ 122bpm
'헬보이'의 닐 마샬 감독이 2005년 선을 보였다. 동굴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공포를 극대화하는 밀실형 스릴러다. 귀신이 아닌 동굴을 휘젓고 다니는 괴생물체를 통해 관객의 심박수를 올리는 독특한 작품. 캄캄한 동굴 속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다양한 상황들이 예상치 못한 공포감을 선사한다. 

8위 - 바바둑(The Babadook, 2014)
65bpm/ 80bpm/ 15%/ 116bpm
로튼토마토 신선지수 98%를 차지한 호주 공포영화. 남편을 잃고 아들 사무엘과 살아가는 워킹맘 아멜리아의 이야기다. 공포의 근원은 행동장애를 가진 아들이 아빠의 창고에서 발견한 그림책 바바둑. 아멜리아는 얼마 안 가 바바둑이 단순한 동화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7위 - 컨저링2(The Conjuring2, 2016)
65bpm/ 80bpm/ 15%/ 120bpm

<사진=영화 '컨저링2' 스틸>

악마 발락(Valac)이 진정한 존재감을 드러낸 영화. 제임스 완이 왜 공포영화의 새로운 거장인지 증명했다. 워렌 부부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퇴마를 위해 벽에 걸어둔 십자가들이 일제히 거꾸로 뒤집히는 장면이 압권이다. 컨저링 유니버스 속의 발락의 영향력은 이후 '더 넌'에서 극대화된다. 

6위 - 팔로우(It Follows, 2014)
65bpm/ 81bpm/ 16%/ 93bpm
주인공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악령의 존재를 그렸다. '행운의 편지'처럼 악령을 남에게 넘기기 전까지 고통 받는 상황이 묘한 공포감을 준다. 소재 자체가 참신하지도 않고 극의 짜임새가 다소 엉성하나, 일부 장면만은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유명세를 탈 정도로 잘 빚어냈다.  

5위 - 파라노말 액티비티(Paranormal Activity, 2007)
65bpm/ 82bpm/ 17%/ 127bpm
집안에서 벌어지는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다룬 작품. 단순히 기묘한 상황을 그리기보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하는 참신한 전개가 돋보인다. 주인공이 집에 설치한 카메라에 담긴 예상 밖의 상황들이 전혀 색다른 공포감을 주는 영화다. 초저예산으로 흥행 대박을 터뜨리며 수많은 아류작을 만들어냈다.

4위 - 유전(Hereditary, 2017)
65bpm/ 83bpm/ 18%/ 109bpm

<사진=영화 '유전' 스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걸작 공포 스릴러. 국내 개봉판 제목이 워낙 밋밋해서 그렇지 공포영화 좀 본다는 마니아들이 감탄해 마지않는 작품. 사람이 불에 타고 아이의 목이 떨어지는 등 고어한 장면이 적잖아 진입장벽이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관객의 심리를 갖고 노는 전개와 쇼크에 가까운 장면들이 적재적소에서 효과적으로 기능하는 영화다.  

3위 - 컨저링(The Conjuring, 2013)
65bpm/ 84bpm/ 19%/ 129bpm
컨저링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린 역작.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란 도발적 카피가 인상적이다. 공포영화의 성수기인 7~8월을 한참 지난 늦가을에 개봉했음에도 보기 좋게 흥행했다. 악령이 벽장 문을 열어재끼는 신에서 관객의 심박수가 최고조에 이른다. 워렌 부부(패트릭 윌슨, 베라 파미가)의 활약이 예고된 영화이며, 조이 킹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2위 - 인시디어스(Insidious, 2010)
65bpm/ 85bpm/ 20%/ 133bpm/
제임스 완의 걸작 호러. '컨저링'으로 공포영화의 신흥 거장으로 떠오르기 전 스스로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 '컨저링' 시리즈의 주요 캐릭터 에드 워렌 역의 패트릭 윌슨이 주연을 맡았다. 물론 이 작품에선 미지의 존재로부터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가장을 연기했다. 혼수상태에 빠진 아이와 주변의 불가사의한 현상, 서서히 조여오는 공포가 압권이다. 

1위 - 살인 소설(Sinister, 2012)
65bpm/ 86bpm/ 32%/ 131bpm 

<사진=영화 '살인 소설' 스틸>

배우 에단 호크가 출연한 공포영화. 범죄소설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주인공이 작품을 위해 일가족이 몰살 당한 집으로 이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스릴러에 가까우며, 전개를 두고는 공포영화 팬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린다. '헬레이저5'와 '닥터 스트레인지'를 연출한 스콧 데릭슨 감독 작품이다. 

참고로 심박수만 놓고 보면 최대 기록은 '인시디어스'가 133bpm으로 1위다. 다만 영화 감상 중 평균 심박수와 변동치 모두 '살인 소설'에 밀리면서 종합 1위를 내줬다. 11~20위에는 일본이 자랑하는 호러특급 '링'(1998)과 아카데미상을 두 개나 거머쥔 공포의 고전 '엑소시스트'(1973), 스티븐 킹의 원작을 옮긴 '그것(It, 2017)'도 포함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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