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가 마지막에 하는 말
2021-01-04 07:15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각종 원인으로 야기되는 우울증은 심신을 갉아먹고 끝내 삶의 의지를 잃게 만드는 무서운 병이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 통계 기준 세계 2억6400만명이 가진 우울증은 연령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늘면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일각에선 현대인 대부분이 사실상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심한 우울증은 자칫 극단적 선택을 부르기도 한다. 때문에 주변인들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데, 좀처럼 겉으로 티내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학자들은 우울증 환자가 보이는 특유의 사인(sign)에 집중해 왔다.

■1인칭 화법과 극명한 표현들

우울증을 이겨내는 남녀 이야기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사진=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스틸>

영국 레딩대학교 심리학과 무함마드 모사이위 교수는 2018년 연구에서 우울증 특유의 언어가 있다고 특정했다. 그는 이를 ‘우울증의 언어(language of depression)’로 명명했다.

모사이위 교수는 우울증을 앓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작가 실비아 플라스의 글과 인터넷에 올라온 우울증 환자들의 방대한 블로그 글을 컴퓨터로 분석,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교수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는 ‘고독’ ‘슬픈’ ‘비참히’ 등 부정적인 명사나 형용사, 부사를 즐겨 사용한다. ‘절대’ ‘완전히’ 등 절대적 의미의 단어도 반복적으로 썼다. 또 ‘나(I, me, myself)’라는 1인칭 대명사를 자주 사용한 반면 ‘그녀(she)’나 ‘그(he)’ ‘그들(they)’ 등 2, 3인칭 대명사는 쓰지 않았다.

이에 대해 모사이위 교수는 “자신에게 의식이 집중돼 있는 탓”이라며 “타인과 유대가 적기 때문에 2, 3인칭은 스스로 아주 낯설게 느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울증 환자들은 흑과 백 등 양극으로 나뉘는 표현을 통해 절대주의 또는 완벽주의적인 사고를 드러낸다”며 “이는 우울증을 일으키는 요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우울증을 드러내는 다른 징후들

우울증의 원인은 실로 다양하다. <사진=pixabay>

학계에 보고된 우울증 환자의 행동패턴은 언어 외에도 다양하다. 우선 건강해졌다는 내색은 반대로 한계가 가깝다는 호소일 수 있다. 미국 미시건대학교 우울증센터 존 F.그레든은 “우울증은 어느 날 눈을 뜨면 말끔히 낫는 병이 아니다”며 “우울증 환자가 다 좋아졌다는 식의 말을 꺼낸다면 ‘더는 못 견디겠다’로 해석해야 옳다”고 경고했다.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지만 육체적 고통도 동반한다. 우울증 환자의 대부분은 몸이 불편해지는 신체적 증상을 경험한다. 소화불량과 메스꺼움, 두통, 이명, 관절통 및 근육통이 대표적이다. 지병이 악화될 수도 있다. 때문에 주변인의 몸이 갑자기 안 좋아진다면 우울증인지도 살펴야 한다. 존 F.그레든은 “사람의 정신은 원래 몸과 연결돼 있다”며 “우울증을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마음은 물론 육체까지 갉아먹게 된다”고 지적했다.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산다면 우울증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미국 카운슬링협회 데이비드 케플런 박사는 “우울증으로 인한 피로는 보통 피곤에 비할 바가 아니다”며 “우울증으로 의욕이 나지 않을 경우 근육이 움직이지 않게 된다. 일하거나 집중하거나, 심지어 웃는 것도 불가능해질 만큼 육체가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예전에 재미있다던 것을 멀리하는 경우도 우울증의 전조일 수 있다. 케플런 박사는 “우울증은 삶의 작은 기쁨조차 깨부숴버린다”며 “친구와 산책하거나 골프를 치거나 연인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예전만큼 즐겁지 않다면 스스로도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극한의 스트레스에 몰린 회사원의 자아찾기 <사진=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스틸>

전보다 감정 전달이 힘겹다면 역시 우울증인지 들여다봐야 한다. 통계를 보면,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의 25%는 감정전달이 전보다 어려워졌고, 주변이 자신을 몰라준다고 여겼다. 학계에서 정의하는 우울증이란 ‘자신이나 세계나 장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 또는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절망의 상태’다.

끝으로 전문가들은 우울증을 혼자 고민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가를 찾으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으로 우울증을 검색해봤자 허사인 이유는, 우울증의 원인과 패턴 및 치료법이 사람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존 F.그레든은 “우울증 증상은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혹자는 약이 최선이지만 다른 사람은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며 “모든 사람에게 치료 방법은 있다. 포기하지 말고 치료법을 찾는 것이 뭣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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