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탐사 중 가장 속 터지는 경우는 탐사선의 사소한 고장이다.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여 행성 표면에 탐사선을 내려놓았지만, 바퀴 하나가 망가져 모든 것이 중단되는 사태도 비일비재하다. 현재 화성을 조사 중인 탐사차 큐리오시티(MSL Curiosity)의 경우에도 갖은 고장들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기계공학과 마크 임 교수와 로봇공학과 데본 캐럴 등은 11일 열린 2020 IEEE(전기 및 전자 공학 연구) 국제 컨퍼런스에서 '얼음으로 만든 로봇: 제조 기술 분석(Robots Made From Ice: An Analysis of Manufacturing Techniques)'을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
얼음 로봇이 등장한 가장 큰 이유는 우주에서 얼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는 표면이 대부분 얼음으로 덮혀있다. 다른 물질에 비해 쉽게 가공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아이스봇(Icebot)'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로봇은 몸통 전체를 얼음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복잡한 전자 장치나 장비 등은 얼음으로 대체할 수 없다. 로봇의 몸체나 바퀴 등 지형이나 환경에 의해 망가지거나 업그레이드할 부분에 얼음이 집중 사용된다. 주변 얼음으로 얼마든 대체할 수 있어서다. 작업 내용과 지형 장애물을 식별한 뒤 로봇 구조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데 있어 얼음은 큰 유연성과 효율성을 가져다 준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연구팀은 아이스봇 제작을 위해 세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로봇에서 발생하는 열의 최소화 및 격리 ▲민감한 장치의 방수 기능 ▲상황에 따른 맞춤형 부품 제조 등이다.
이렇게 완성된 아이스봇은 단독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환경을 탐색·분석하고 재료를 수집하는 로봇과 부품을 제작하고 다른 로봇에 부착시키는 로봇 두 가지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 단순한 수리는 물론 환경에 맞춰 부품을 업그레이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다만 아이스봇은 아직까지 '개념'에 불과하다. 영하에서 각종 실험을 실행한 연구팀도 해결하지 못한 점이 아직 많다. 일례로 얼음덩어리를 로봇 부품으로 만들기 위해 녹였다가 얼릴지, 아니면 기계적으로 잘라낼지 가장 효율적인 답을 찾지 못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영하의 환경에서 자체 재구성, 자체 복제 및 자체 복구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며 "쉽게 만들 수 있는 공동 모듈을 제작해 앞으로 각종 실험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주 탐사를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은 물론 많은 기관과 단체들이 로봇 개발에 매달리는 상황에서 아이스봇이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