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상자 안에 미녀를 집어넣고 톱으로 반토막 혹은 세토막을 내는 행위는 마술쇼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이자 이제는 일반화된 마술이다.

그런데 이 쇼는 창시자가 확실히 존재하며, 오늘은 바로 첫 무대가 열린지 딱 100년이 되는 날이다.

사람을 통에 넣고 자르는 마술은 1921년 1월 18일 영국 런던 핀스버리 파크 엠파이어 극장에서 처음 선을 보였다. 당시 마술사 P.T.셀빗은 공연에 '여성을 반으로 자르는 마술(the illusion of sawing a woman in half)'이란 자극적인 타이틀을 붙였다.

전형적인 토막 마술 <사진=유튜브 Richard Faverty 공식채널 영상 'I Sawed A Lady In Half' 캡처>

1881년 런던에서 태어난 셀빗은 젊은 시절 마술을 배웠고 금방 유명해졌다. 1900년대 마술전문지에 큼지막한 기사가 날 정도로 업계에서 전도유망한 마술사였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청중이 보다 극적이고 오싹한 마술을 원하자, 셀빗은 여성을 두동강내는 섬뜩한 마술을 고안하기에 이른다. 게다가 당시 트렌드에 맞춰 여성에 파격적인 의상을 걸치게 해 인기를 끌었다.

첫 공연은 요즘 마술쇼와는 조금 달랐다. 현대판은 리얼리티를 강조하기 위해 여성의 머리나 손발이 상자 밖으로 튀어나오지만, 당시엔 상자 안에 전신을 집어넣고 밧줄로 고정했다. 그 다음 상자를 뒤집어 톱으로 반을 갈랐다. 물론 상자가 다시 열릴 때 여성은 멀쩡하게 살아나왔다.

마술사이자 역사가인 마이크 케이브니는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있고 가장 유명한 마술이 시작된 순간이었다"며 "셀빗은 마술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 올렸다"고 평가했다.

영국 마술전문지 '매직(Macig)'에 실린 셀빗의 기사 <사진=Ellis Stanyon가 펴낸 'Magic' 1990년 10월호 캡처>

셀빗은 마술쇼를 더욱 극적으로 포장하기 위해 각종 장치를 추가했다. 때로는 가짜 피를 뿌려 관중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상자 안에 들어가는 여성의 의상을 한층 파격적으로 바꿨다. 머리나 다리를 노출시키거나 전기톱으로 써는 등 아직도 후배 마술사들의 아이디어 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몇 해가 지나 셀빗은 미국 마술사 호레이스 골딘이 자신의 쇼와 이름을 베꼈다고 고소했다. 소송에서 패하는 바람에 쇼의 이름을 '잘려진 여자(The Divided Woman)'로 바꿔야만 했다. 그럼에도 셀빗은 현대 마술의 새 장을 연 위대한 공연예술가로 오늘날까지 이름을 전하고 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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