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문명의 거대 묘지 사카라 발굴 작업에서 미라 제작의 미스터리가 일부 밝혀졌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망자에 영생을 선물하는 의미로 시신을 정성껏 미라로 만들었는데, 이를 위해 독자적으로 개발한 방부 기술은 지금까지 적잖은 부분이 수수께끼였다.

독일 뮌헨대학교와 튀빙겐대학교 등 국제 연구팀은 11일 공식 채널을 통해 고대 이집트 미라 작업장 분석 결과, 미라 제작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노하우를 일부 밝히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 발견은 이달 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먼저 소개됐다.

연구팀은 사카라 유적의 2500년 전 지하 미라 작업장 조사에서 '세척' '특정 부위에 바를 것' '재료를 섞을 것' 등 구체적인 작업 지시가 새겨진 항아리를 다수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런 지시들이 시신을 방부 처리하는 데 필요한 것들로 짐작하고 분석을 시도했다.

사카라 유적에서 발견된 지하 미라 작업장과 이곳에서 출토된 항아리 일부의 샘플 <사진=네이처 공식 홈페이지>

항아리 속 물질들의 흔적을 정밀 분석한 연구팀은 바깥쪽 글씨들과 연결되는 재료임을 확인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수천 년 동안 시신을 보존하는 고대 이집트인의 방부 기술을 일부 새롭게 특정했다.

조사 관계자는 "항아리들은 시신을 썩지 않게 보존하는 물질들에 대해 고대 이집트인이 깊은 지식을 가졌음을 의미한다"며 "이런 물질 중에는 먼 외국에서 운반된 것도 포함됐다. 즉 이집트인들은 가능한 완벽한 미라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카라의 이 지하 미라 작업장은 2016년 처음 발견됐다. 수많은 항아리가 보관된 방부처리실은 지하의 매장실과 갱도로 연결돼 있었다. 연구팀은 여러 작업장이 미라 제작의 마무리를 하는 곳이라고 추측했다.

미라를 제작하기 위해 이집트인들은 각 항아리에 세척과 재료 혼합 등 작업 지시를 적은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사진=네이처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아마도 고대 이집트인들은 지상에서 소금을 이용해 시신을 건조한 뒤 지하로 옮겨 방부 처리했을 것"이라며 "여기서 미라 작업이 마무리됐고, 동시에 종교적 의식이 거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곳에서 발견된 미라들과 각 항아리 겉면에 새긴 작업 지시, 항아리 안쪽 물질의 흔적을 조합해 이집트 방부 기술을 해명할 일부 단서를 얻었다. 이번 발견은 그간 미라 제작의 비밀을 연구해온 학자들이 고민하던 수많은 퍼즐 조각 중 일부를 짜 맞출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조사 관계자는 "여러 항아리에 새겨진 고대 이집트 단어 'antiu'는 그간 천연 향으로 여겨졌지만, 항아리 겉면의 지시들을 통해 일종의 혼합물일 가능성이 떠올랐다"며 "항아리에는 동물성 지방이나 시더유(향나무 오일), 향나무 껍질로 만든 얇은 수지, 사이프러스 오일 등의 혼합물이 들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망자를 방부 처리한 기술은 여전히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다. <사진=pixabay>

이 관계자는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 물질들이 시신을 오래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다"며 "일부 식물성 오일은 세균 번식을 막아 악취를 막기 위해 썼고, 밀랍 등 단단한 재료를 위와 피부에 바른 것은 수분을 차단하고 모공을 막기 위한 조치일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재료 중 일부는 동남아시아 열대우림에서 채취되는 수지도 있어 상당히 먼 곳에서 왔음을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런 점에서 고대 이집트인들이 미라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얻기 위해 상당히 먼 국가와 교역했다고 결론 내렸다. 미라를 만드는 방법은 이집트 모든 지역이 같지는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변화했으며, 작업장에 따라서도 달랐을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조사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죽음에 대한 이집트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게 해주는 동시에, 현대의 우리를 아득한 옛날 사람들에게 다가가게 해준다"며 "이번에 특정된 재료가 실제 미라에 어떻게 사용됐는지 면밀히 조사하면 이집트 방부 기술의 비밀에 더 다가가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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