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남극의 얼음 탐사를 목표로 활발하게 추진돼온 미 항공우주국(NASA) 바이퍼(VIPER) 미션이 돌연 중단됐다. 미션의 동명 탐사차는 막바지 테스트까지 마친 상태였다.
NASA는 17일 공식 채널을 통해 '바이퍼' 미션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바이퍼'는 달 남극 주변에 가설대로 얼음이 묻혀있는지 파악하는 프로젝트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바이퍼'는 이르면 올해 말 NASA가 실시하는 상업 달 페이로드 서비스(CLPS)에 맞춰 달로 향할 계획이었다. NASA는 달 남극의 영구 그림자 지역에 매장된 것으로 생각되는 얼음을 '바이퍼'로 채취하고 성분을 분석하려 했다.
가로와 세로 약 1.5m, 중량 약 430㎏의 골프 카트만 한 '바이퍼'에는 길이 약 1m의 드릴과 질량 분석계가 탑재됐다. 미션 기간은 대략 100일로 정해졌다. 탐사 로버의 발사 일정은 원래 2023년 말로 잡혔다 몇 차례 연기됐고 올해 말이 확실시됐다.
미션 중단과 관련해 NASA는 "일정 지연과 공급망 문제로 '바이퍼' 발사 시기는 사실 내년 9월까지 미뤄진 상황이었다"며 "연기에 따른 비용 증가 및 다른 CLPS 미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포괄적 내부 심사 결과, 아쉽게도 중단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미 조립이 완료된 '바이퍼' 탐사 로버는 향후 분해해 기기들을 별도의 달 탐사 미션에 재사용한다"며 "바이퍼 미션을 통한 탐사는 물거품이 됐지만, 다른 임무를 통해 달 남극에 얼음이 있는지 반드시 알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NASA는 현재 '바이퍼' 탐사차에 탑재된 것과 같은 길이 1m의 드릴과 질량 분석계가 동원되는 미션 프라임-1(PRIME-1, Polar Resources Ice Mining Experiment)을 추진하고 있다.
달 남극에 대한 각국의 탐사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NASA의 바이퍼 미션이 취소되면서 우주개발을 주도해온 미국의 위치도 흔들릴 전망이다. 최근 치고 올라오는 중국의 집중 견제를 받는 미국은 지난해 인도에 달 남극 탐사 1호 기록을 내줬다.
달 남극은 태양광이 닿지 않는 크레이터로 인한 영구 음영이 존재하며, 여기에 얼음이 묻혔을 것으로 여겨졌다. 때문에 달 남극은 향후 인류가 건설할 달 전진기지의 유력한 후보지로 꼽혔고,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등 선진국들은 앞다퉈 탐사 장비를 보내려 경쟁해 왔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