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헨지(Stonehenge)는 영국 남부 솔즈베리 평원에 자리한 선사시대의 거대한 돌들로 이뤄진 기념물이다. 기원전 3000년경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이곳에는 각각 높이 8m, 무게 5t에 달하는 거대한 셰일과 블루스톤 80여개가 바깥과 안쪽 원(스톤 서클)을 그리고 서있다. 셰일 서클 바깥에는 힐스톤이라는 돌이 혼자 서있고, 셰일 서클 사이에는 도살석이라는 돌도 끼어있다.

이 돌들은 모두 태양의 빛에 관련해 일직선으로 놓여져 해시계였다는 주장도 있지만 아직도 누가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는 미스터리다.

스톤헨지는 12세기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에 나오는 마법사 멀린의 전설에도 등장한다. 전설에 따르면 스톤 서클은 원래 아프리카에 있었는데, 거인들이 치유에 사용하기 위해 아일랜드로 옮겼다. 나중에 멀린이 색슨족과 싸우다 죽은 사람들을 기념하기 위해 거인들에게 명령, 돌들을 솔즈베리 평원으로 옮겨 다시 조립했다는 내용이다.

스톤헨지 <사진=pixabay>

그런데 이 전설과 똑같이 스톤헨지가 원래 웨일즈 서부(12세기 당시 아일랜드)에서 만들어졌고, 이를 파내 225㎞ 떨어진 영국 서부의 현재 위치로 끌고 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스톤헨지의 블루스톤의 출처라고 판명된 웨일즈의 고대 채석장 근처 프리셀리 힐(Preseli Hills)에서 원조 스톤 서클의 유적을 발견했다. 앤티쿼티 저널에 12일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유니버시티컬리지런던의 고고학자 마이클 파커 피어슨 교수와 연구팀은 5년 이상 프리셀리 힐 주변 신석기 석조기념물을 조사, 와운 마운(Waun Mawn)이라는 곳의 거석 4개가 최대 60여개의 돌로 이뤄진 큰 스톤 서클의 일부라는 것을 밝혀냈다. 스톤 서클의 직경은 110m로, 스톤헨지의 그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지질학자와 고고학자들은 스톤헨지를 구성하는 블루스톤이 프리셀리 언덕 채석장에서 고대에 운반됐다는 사실을 이미 밝혀냈다.

이번에 연구팀은 현재 비어있는 돌 구멍의 일부에서 나온 숯과 퇴적물을 조사한 결과 와운 마운은 스톤헨지보다 약 400년 전 지어졌다는 점도 알아냈다. 또 와운 마운의 돌 구멍 중 하나에는 스톤헨지의 블루스톤과 일치하는 특이한 5각형 단면이 있고, 같은 유형의 바위 조각도 포함돼 있다.

다양한 콘텐츠로 소개되는 멀린. 사진은 넷플릭스 '마법사 멀린' <사진=넷플릭스>

여기에 스톤헨지의 고대 무덤에서 발견된 인간 치아의 스트론튬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그 곳에 묻힌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 온 외부인이라는 점도 파악했다. 피어슨 교수는 "결국 와운 마운에 살던 고대인들이 그 곳을 떠나며 스톤 서클을 해체하고 블루스톤을 옮겨 현재의 스톤헨지에 다시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블루스톤은 특정한 조상이나 혈통을 상징했을 수 있다"며 "따라서 와운 마운의 스톤 서클이나 스톤헨지는 아마도 새로운 신석기 시대의 묘지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왜 신석기시대 가족이 갑자기 프리셀리 힐을 떠나 머나먼 곳까지 무거운 돌을 옮겼는지 확실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다만 썰매로 블루스톤을 운반하는 노동력을 계산하면 여름 한 철 이동이 완료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피어슨 교수는 "선로를 준비했다면 하루에 5㎞를 주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운반된 돌들은 와운 마운과 마찬가지로 스톤헨지에서도 원형 및 태양의 움직임에 맞춰 정렬됐다. 이런 형태는 영국 전역의 다른 신석기시대 유적에서도 발견되는 공통점이다.

한편, 멀린의 전설이 5000년 전 고대인들의 기억을 반영한다고 보기는 사실상 어렵다. 가장 오래된 구전역사인 인도의 산스크리트 베다(Sanskrit Vedas)도 그 탄생이 3000년 전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피어슨 교수는 "그 점이 매우 흥미롭다는 것은 인정한다"며 "어쩌면 그 안에 작은 진실이 있을 수도 있다"고 여지를 뒀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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