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잘못 심으면 오히려 온난화를 부추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식림은 가성비가 가장 좋은 온난화 대책으로 널리 알려진 만큼 새로운 주장에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 연구팀은 2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낸 조사 보고서에서 고위도 지역에 나무를 심으면 온난화가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식림과 온난화의 연관성을 장기간 분석해 온 연구팀은 수목이 성장 과정에서 대기 중 탄소를 대량 흡수해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온난화 대책은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북극권이나 아북극권 등 고위도 지역은 식림을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극이나 아북극 등 고위도 지역에 나무를 심으면 온난화가 가속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오르후스대학 기후학자 제프 크리스텐슨 부교수는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지역이 북상하기 때문에 북극권의 대규모 조림을 정부나 기업이 지지해 왔다"며 "다만 툰드라나 습지, 비교적 수관이 넓어진 북방림 등에서는 역효과가 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된 이유는 북극권이나 아북극권 등 고위도 지역의 기후나 토양 등의 독특한 특성"이라며 "북극권의 토양은 지구상의 모든 식생보다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하고 있어 임업이나 농업을 위한 개발이나 경작 등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북극권의 토양은 봄부터 초여름에 걸친 눈이 아직 남아 있는 시기 간헐적으로 햇빛을 받으며, 표면이 녹색이나 갈색인 수목은 흰 눈에 비해 더 많은 태양 에너지를 흡수한다. 즉 나무는 알베도(태양에너지의 반사율)가 큰 눈보다 열을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북극권의 식림은 기온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고위도 지역은 카리부 등 대형 초식동물의 개체를 유지하는 것이 온난화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pixabay>

제프 크리스텐슨 부교수는 "최근 자주 볼 수 있듯 북미와 아시아, 북유럽의 북극권에서는 온난화에 따라 가뭄이나 산불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기 쉬워졌다"며 "그런 상황에서 무작정 같은 종류의 나무를 대규모로 심으면 위험하다. 산불로 타버리면 그때까지 저장한 탄소가 일제히 대기로 방출되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고위도는 식림보다 카리부 같은 대형 초식동물의 지속 가능한 개체군을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대형 초식동물은 식물과 눈의 상태에 영향을 줘 툰드라의 밝은 표면을 넓게 유지하고 토양의 온도를 낮춰 결과적으로 영구동토의 융해를 막는 간접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온난화가 빨라지면서 현재 북극권은 다른 지역에 비해 4배 가까운 속도로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 학자들은 북극권의 온도 상승이 중위도 지역의 극단적 기상 현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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