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충돌, 공룡 멸종의 직접적 원인 아냐.”
약 6600만년 전 소행성 충돌로 지구상의 포식자 공룡이 순식간에 멸종했다는 그간의 가설을 반박하는 연구결과가 등장했다.
프랑스 몽펠리에대학교와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합동 연구팀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공룡들이 약 7600만년 전 이미 쇠퇴기에 접어들었고 이때부터 멸종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약 6600만년 전 소행성이 멕시코 칙술루브에 거대한 충돌구를 만들기 전부터 공룡들이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공룡들이 번성하다 멸종을 맞은 백악기, 즉 1억4500만년 전에서 6600만년 전 상황에 주목했다.
두 대학 연구팀은 이 시기 가장 번성한 티라노사우루스와 드로마에오사우루스, 트루돈, 하드로사우르스, 안킬로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등 육·초식공룡 6종의 화석 1600점을 분석했다. 공룡들의 멸종에 영향을 줄만한 환경 요인이 무엇인지도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그 결과 공룡들의 멸종률은 약 7600백만 년을 기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 시기 새롭게 나타난 공룡 종의 수 역시 다른 시기에 비해 적었다. 이런 급진적인 진화적 변화를 야기한 원인이 뭔지 관찰한 결과 지구 온도가 지역별로 최소 7°C까지 떨어진 점을 발견했다.
브리스톨대학교 마이크 벤튼 교수는 “지구 온도가 7600만년 전 급속하게 냉각되면서 먹이가 줄어든 초식공룡들이 먼저 위기를 맞았다. 덩치가 가장 작은 비조류 공룡들은 이 무렵 이미 멸종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초식공룡들이 대량으로 죽음을 맞아 종의 다양성마저 감소하면서 육식공룡의 먹이가 사라졌다. 생태계가 불안정해지면서 먹이사슬의 정점에서 군림하던 육식공룡들이 계단식으로 멸종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따뜻한 기후에서 살아남도록 진화해온 공룡들이 갑자기 7~10℃나 떨어진 기온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봤다. 먹이는 줄어드는데 추위에 적응하는 속도는 너무 느려 개체 감소세가 갈수록 뚜렷해졌다. 1000만년 뒤 벌어진 소행성 충돌이 가뜩이나 개체가 줄던 공룡을 지구상에서 지워버리는 결정타가 됐다는 게 연구팀 추측이다.
공룡의 멸종에 대한 가설은 지금까지 학계에 숱하게 보고됐다. 6600만년 전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서 공룡이 한순간에 멸종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그보다 1000만년 전 공룡이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고 계단식으로 개체가 줄면서 이미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새로운 내용을 담아 주목받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