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충돌, 공룡 멸종의 직접적 원인 아냐.”

약 6600만년 전 소행성 충돌로 지구상의 포식자 공룡이 순식간에 멸종했다는 그간의 가설을 반박하는 연구결과가 등장했다.

프랑스 몽펠리에대학교와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합동 연구팀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공룡들이 약 7600만년 전 이미 쇠퇴기에 접어들었고 이때부터 멸종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약 6600만년 전 소행성이 멕시코 칙술루브에 거대한 충돌구를 만들기 전부터 공룡들이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공룡들이 번성하다 멸종을 맞은 백악기, 즉 1억4500만년 전에서 6600만년 전 상황에 주목했다.

소행성의 지구 충돌 1000만년 전 공룡의 개체가 줄기 시작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두 대학 연구팀은 이 시기 가장 번성한 티라노사우루스와 드로마에오사우루스, 트루돈, 하드로사우르스, 안킬로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등 육·초식공룡 6종의 화석 1600점을 분석했다. 공룡들의 멸종에 영향을 줄만한 환경 요인이 무엇인지도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그 결과 공룡들의 멸종률은 약 7600백만 년을 기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 시기 새롭게 나타난 공룡 종의 수 역시 다른 시기에 비해 적었다. 이런 급진적인 진화적 변화를 야기한 원인이 뭔지 관찰한 결과 지구 온도가 지역별로 최소 7°C까지 떨어진 점을 발견했다.

브리스톨대학교 마이크 벤튼 교수는 “지구 온도가 7600만년 전 급속하게 냉각되면서 먹이가 줄어든 초식공룡들이 먼저 위기를 맞았다. 덩치가 가장 작은 비조류 공룡들은 이 무렵 이미 멸종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7600만년 전 지구 온도 하강으로 공룡 멸종이 시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pixabay>

이어 “초식공룡들이 대량으로 죽음을 맞아 종의 다양성마저 감소하면서 육식공룡의 먹이가 사라졌다. 생태계가 불안정해지면서 먹이사슬의 정점에서 군림하던 육식공룡들이 계단식으로 멸종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따뜻한 기후에서 살아남도록 진화해온 공룡들이 갑자기 7~10℃나 떨어진 기온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봤다. 먹이는 줄어드는데 추위에 적응하는 속도는 너무 느려 개체 감소세가 갈수록 뚜렷해졌다. 1000만년 뒤 벌어진 소행성 충돌이 가뜩이나 개체가 줄던 공룡을 지구상에서 지워버리는 결정타가 됐다는 게 연구팀 추측이다.

공룡의 멸종에 대한 가설은 지금까지 학계에 숱하게 보고됐다. 6600만년 전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서 공룡이 한순간에 멸종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그보다 1000만년 전 공룡이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고 계단식으로 개체가 줄면서 이미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새로운 내용을 담아 주목받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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