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도 개나 고양이처럼 개체마다 성격이 제각각이라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스완지대학교와 에식스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2월 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Ecology and Evolution’을 통해 발표했다.
그간 학계에서 물고기와 성격에 대한 실험은 몇 차례 진행됐다. 이번 실험은 물고기가 헤엄치는 패턴에 따라 각기 다른 성격을 가졌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이 실험에 동원한 것은 큰가시고기다. 이들의 헤엄 패턴을 충분히 관찰하기 위해 공간이 넓은 수조를 마련했다. 고화질 카메라를 여러 대 설치해 각 개체의 움직임, 일테면 앞으로 나아가다 멈추거나 방향을 바꾸는 빈도, 다른 개체의 접근에 대한 반응 등을 면밀히 살폈다.
그 결과 연구팀은 큰가시고기가 개별적으로 자주 반복되는 자기만의 영법을 가졌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이동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직접적인 접근법을 취하는 물고기는 수조 속을 많이 탐색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대로 상대 개체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물고기는 한 곳에 자리를 잡고 멈춰 경계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연구팀은 이런 패턴이 각 개체의 성격과 관련 있다고 결론 내렸다. 스완지대학교 앤드루 킹 박사는 “이번 연구는 각 물고기의 이동 파라미터가 성격과 연결되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이런 파라미터는 개체마다 습성 차이와 일치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언급했다.
이어 “수조뿐 아니라 강이나 바다 등 자연환경의 개체도 비슷한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있지만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며 “물고기 영법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들이 보다 축적되면 야생 물고기의 성격을 데이터화하고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선 실험에서는 물고기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개성에 따라 각각 달리 행동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엑서터대학교 연구팀은 2017~2019년 구피 105마리를 동원한 실험에서 ▲안정된 먹이 공급 ▲무리와 떨어져 격리 ▲가상의 천적으로부터 습격 등 다양한 환경을 적용한 결과 개체별로 스트레스 반응이 확연하게 달랐다고 밝혔다.
프랑스 부르고뉴대학교 연구팀은 2019년 열대어종 니그로를 동원한 실험에서 물고기도 동료를 잃을 경우 슬퍼하며, 부부관계일 경우 그런 경향이 더하다고 발표했다. 암컷 니그로 35마리와 수컷 2마리를 동원한 실험에서는 마음에 수컷에 암컷이 적극 호감을 표하는 것까지 파악됐다. 특히 수조에서 갑자기 수컷을 꺼내버리면 암컷 니그로가 우울증에 걸리는 흔한 연애감정도 관찰돼 주목을 받았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