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담수호인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 아래에 거대한 우주망원경이 잠겼다.

러시아 뉴스24(России24) 등 외신들은 러시아와 독일, 체코,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의 과학자로 구성된 '핵연구 합동 조사단(JINR, Joint Institute for Nuclear Research)'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바이칼호에서 중성미자 망원경의 설치 사실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바이칼-GVD'라고 불리는 이 망원경은 호숫가에서 4㎞ 떨어진 바이칼호 중심부 750~1300m 깊이에 잠겼다. 우주망원경을 물에 집어넣는 것은 '중성미자(Neutrino)'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중성미자는 질량이 0에 가까운 원자의 기본 입자다. 원자가 있는 곳이면 우주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따로 떨어져 나오려면 방사성 물질의 붕괴나 별 내부의 핵융합 등이 필요하다. 이런 속성 때문에 중성미자는 우주에서 가장 포착하기 어려운 존재로 알려져 있다.

중성미자 관측 망원경 모듈 <사진=러시아 뉴스 24(России 24)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캡처>

별 표면에서 나온 빛과 전파를 탐지하는 광학망원경이나 전파망원경과는 달리 중성미자 망원경은 외계에서 날아와 지구에 도착한 중성미자를 찾아내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질을 조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빛이나 다른 전파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호수나 광산 깊숙한 곳에 위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중성미자 망원경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남극 아래 깊숙한 곳에 위치한 미국의 '아이스큐브(IceCube)'다. 아이스큐브는 역사상 단 두 차례 밖에 탐지되지 않았던 심우주에서 날아온 중성미자를 모두 찾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중성미자는 출처를 추적하면 블랙홀 등 우주의 비밀을 밝힐 중요한 단서가 된다. 따라서 러시아 등도 지난 2015년부터 중성미자 망원경 제작에 들어갔다.

바이칼-GVD에 대해 설명하는 JINR 관계자 <사진=러시아 뉴스 24(России 24)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캡처>

바이칼-GVD는 향후 수년에 걸쳐 바이칼호의 물 1㎦를 측정, 중성미자를 찾아낼 예정이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양의 물질을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중성미자 망원경을 설치하는 것은 지리적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러시아 과학자들은 망원경이 북반구에서 가장 큰 중성미자 탐지기이며 바이칼호가 가장 이상적인 장소라고 말했다. JINR 연구원 바이르 쇼이보노프는 "바이칼호는 깊이 때문에 중성미자 망원경을 배치할 수 있는 유일한 호수"라며 "담수라는 점과 물의 투명도가 뛰어나다는 점은 물론 호수 윗쪽이 얼음으로 덮혀있는 등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바이칼호 얼음 위에서 행사 진행을 맡은 JINR의 드미트리 나우모프는 "우리의 발 수백m 아래에 0.5㎦의 중성미자 망원경이 설치돼 있다"며 "이는 아이스큐브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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